10분 일기: 글과 나
글은 정직하다. 내 마음이 어떤지에 따라 문체도 표현도 달라진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인다. 머리가 복잡하면 글도 횡설수설이고, 용두사미로 끝난다. 끝까지 생각이 펼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쓰면 표현이 동글동글하고, 기분이 나쁜 날이면 어딘가 모르게 뾰족하고 뽀로퉁한 느낌이 든다.
요즘 내 글이 두서가 없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어딘가 어둡고 분노나 혼란이 느껴지는 것도 내 마음인 거다. 아무리 감추려도 해도 글은 감춰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글은 내용보다 문체나 분위기에서 글쓴이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현재는 내가 알던 내 모습도, 내가 알던 남의 모습도, 남이 알던 내 모습도, 모두 혼란 상태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만, 아무래도 난 지금인 것 같다. 내가 모르던 내 모습, 알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날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해왔던 선택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그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들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서 매의 눈으로 요리조리 나를 뜯어보는 느낌이다. 글을 쓰고 난 뒤에 다시 읽는 기분이랄까. 총체적 난국이다.
글을 망치면 장소나 사람, 시간 핑계를 대는 것처럼, 나를 보는 과정에서 비난할 상대가 필요해 나를, 또는 남을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알고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결국은 나의 회피하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 필요가 아닌 욕망 등이 만들어낸 선택들과 파생된 마음들인 거다.
요즘은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모두 철저히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해왔던 대응들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나라는 글을 중간에 다시 쓰고 싶은 심정이다. 고통스러운 이 과정이 끝나면 나를 그리고 남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부끄러운 내 모습을 똑바로 보면 예쁜 구석들도 하나씩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망친 글이라도 살릴 부분을 부각해 수정을 반복하면 분명 나아진다. 대신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각도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 내가 쓴 글도 분명하고 상쾌한 느낌이 날 수도 있을 거다. 여러 번 고친 글이 더 나은 것처럼, 지금의 나의 마음도, 상태도, 분명 나아질 거라 믿기에.
2019년 02월 01일 금요일, 창원
제목: 글과 나
일 때문에 창원에.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