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34

10분 일기: 파도가 모래를 만날 때

by SUN KIM



저 멀리서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오는 파도는 모래 앞에서 스르륵 멈춰 섰다. 그리곤 거품으로 녹아버렸다.


깊은 바닷속부터 만들어진 파도는 모래를 향해 긴 시간 달려온다. 파도의 여정은 가히 쉬운 일이 아니다. 폭우가 앞을 가리기도 하고, 세찬 바람이 파도를 한참 돌아가게도 한다. 낮의 행복과 밤의 고독도 공평히 견뎌야 한다. 그래도 파도는 꿋꿋이 거칠게 앞으로 나아간다. 부드러운 모래와의 조우가 안식을 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과 여러 공간을 거친 파도는 드디어 모래를 만난다. 모래에 다다르면 파도는 수줍은 듯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모래를 온몸으로 휘감는다. 부드럽게 감싼 파도는 살며시 다시 모래를 내려놓는다. 모래 품에서 한없이 자신을 놓아버리는 순간 파도는 녹아내린다. 자신의 물기를 한 없이 준 파도의 모습은 사라지지만, 파도는 영원히 모래와 함께 있다.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모래가 파도를 온몸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2019년 02월 02일 부산 해운대

제목: 파도가 모래를 만날 때


편안한 명절 보내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