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너무 잘 찾아오셨다^^

"돔황쳐, 돔황챠!!"

by 박햇살

실업급여가 끝나고 난 다음 주 나는 총 두 곳의 카페 면접을 봤다. 두 곳 전부 내가 사는 곳이 아닌 근교의 지역이었다. 아, 나라는 인생. 왜 아직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이것일까?^^ 혹시나 괜찮은 곳일지도 몰라!!! 모른다는 생각은 정말 내가 세상을 모르는 것일 뿐_


오전에 면접을 봤던 곳은 이사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면접을 보셨는데, 참 차분하게 말을 잘하시더라. 웃는 얼굴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휴 나중에 개인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너무 잘 찾아오셨네요, 저희 카페에서 일을 배우신다면 장사라는 걸 어떻게 하면 될지 잘 배워가실 수 있어요"라며 "그래도 서로 잘 맞는지 먼저 탐색은 해야 하니까~ 서로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저희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텃새 이런 거 전혀 없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존댓말도 쓰고 있어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말을 개방적으로 할 수는 있어도 악의 있는 말들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구요~", "내일 당장 하루 같이 일해보면 어때요?^^"


유연하게 넘어가는 그분의 템포를 따라 나는 어느샌가 쿠팡 로켓와우에 작업화를 주문하고 있었다. 집에서 유료 톨게이트를 지나 30분. 유료도로를 거치지 않는다면 거진 50분이 걸리는 거리에도 나는 용감하게 도전해 버렸다.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지.


결론적으로 나는 그날을 끝으로 그곳을 가지 않았다. 20대의 나였다면, 말도 못 하고 끙끙 앓으며 그냥 다녔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엄한 곳에 힘을 빼지 않는 '어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서는 일을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이었고. 부차적인 이유들은 아주 많지만 위생에서 할 말이 없다던가, 오래된 직원이 이제 6개월 차라던가(가게는 5년이 넘은 가게인데), 가족 모두가 '사장'(님)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가장 큰 충격이었던 것은 중간에 '사장'(님)들 중 한 명인 여성분이 와서 "언니 그때 그 언니 아닌가? 마스크 쓰니까 다 비슷해 보여가지고~", "아휴, 아냐~ 언니가 더 이쁘다~"라는 멘트가 아니었을까?^^


왜 제가 언니예요.. 저보다 한참 언니신 것처럼 보이시는데


여튼, 그때가 거의 중간 정도 지났을 때 같은데 그때 확실하게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게 내 얼굴에 드러났던 것일까. 내게 일을 알려주던 선배님(아주 어린 친구)이 생각이 많아 보이신다며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같이 일을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선배님은 예상했던 모양인지, 어떤 부분이 제일 안 맞으신 것 같냐고 물으며 '하루만 하고 도망친 사람, 일주일 하고 잠수 탄 사람, 한 달 채우고 잠수 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야기해 주었다. 가르치는 본인도 너무 지친다며, 차라리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사람을 뽑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지친 선배님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미안하다고 내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나는 이제 너무 많은 것을 아는 나이가 아닌가.


여튼 마감까지 꽉 채우고 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홀에 모여 선 선배님들과 진짜 사장(님). 이상한 구호를 외치며 하루를 마감했다. 뭐라 했더라.. 여튼 뭐 열심히 하며 살자 이런 뜻이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 온점까지 이렇게 찍어주는구나! 이야, 대단한 곳인걸.


50분이 걸려 퇴근하고 집에 가 녹초가 된 얼굴로 문자를 보냈다. 나는 그곳과 맞지 않아 근무는 어려울 것 같다, 더 잘 맞는 분들이 들어오실 기회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절 문자를 보냈다. 하루 일당을 준다고 했지만, 그것마저 받고 싶지 않아 그저 일을 알려준 선배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내 메시지에 숨겨진 뜻은 그 선배님에게 추가 수당이라도 더 줘야 하는 것 같다는 말이었지만,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하^^..


장사를 하게 된다면, 저렇게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오답노트들만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는 상황. 바로 해답지 보고 쉽사리 풀리는 것을 바라기도 했지만, 그것만큼 허용해주지 않는 모범생 인생이라니.... 고마와.. 오답노트 잘 분석해서 1등급 받아볼게


*결론

: 오전 면접 : 하루 만에 도망치게 된 카페 이야기는 끝

: 오후 면접 : 약 한 달 가량 일하고 잘리게 된 이야기, 곧 끝

인터넷에서 주웠는데 원작자가 누구신지 모르겠어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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