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것이 먼저 온다

by 선비천사

벽은 오래 서로를 밀어내다가
어느 날, 조용히 틈을 남긴다


그 틈은
말을 잊은 입처럼
가만히 벌어져 있다


먼저 스며드는 것은
빛이 아니라 색이다


노란 것이
천천히 번져 나온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
따뜻한 기운이 맴돌고


흩어질 것 같던 공기가
잠깐 머문다


벽이 조금 밝아진다


아무도 살지 않는 자리인데
누군가 다녀간 것처럼


노란빛은
금방 사라지지 못하고


한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입 안에 숨겨 둔 이름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매거진의 이전글사월의 분홍빛 소란, 나는 왜 꽃잎 한 장에 베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