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눈이 부시다
허공에서 쏟아지는 분홍빛들
가벼운 것들이 바람을 타고
아무렇지 않게 흩어진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 장면을 올려다본다
웃음과 셔터 소리가 번지면
거리는 금세 환해진다
나도 잠시 그 아래에 서 있다가
문득 내려다본다
내 구두 등에 내려앉은 꽃잎 하나
손끝으로 집어 드는 순간
얇고 차가운 감각이 스친다
이렇게 가벼운 것이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나는 발등을 턴다
몇 번이고 털어내 보지만
보이지 않는 자국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햇살은 분명 따뜻한데
나는 자꾸만 옷깃을 여민다
나는 이 계절보다
조금 느린 사람이라서
너무 빨리 피고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들 앞에서는
자꾸만 어딘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떠올린다
늦게 피던 꽃
쉽게 지지 않던 꽃
하루를 버티기 위해
하루를 다 써버리던 시간들
소리 내지 않아도
안쪽에서 오래 남던 붉은 것들
화려한 군무에 섞이지 못해도
제자리에서 묵묵히 뿌리를 견디던
무궁(無窮)한 마음 하나
그 마음을 생각하면
조금 천천히 숨을 쉬게 된다
눈을 씻어도
여전히 분홍빛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나는 그저
지지 않는 쪽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사월 한가운데를
조용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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