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차마 끝내지 못한 문장들이 터져 나오다
겨울은 제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퇴고 중이다
아파트 옹벽 사이, 마침표처럼 박혀 있던 백색의 기척들이
태양의 달궈진 혀끝에 닿아 일제히 발화한다
딱딱하게 가동을 멈춘 침묵의 알갱이들
봄이라는 뜨거운 가마솥에 굴려지자
토닥, 펑, 봉인되었던 기어(記語)들이 하얗게 흩뿌려진다
가지마다 매달린 저 소란한 숨결들은 꽃이 아니라
간신히 참아온 계절의 파열음이다
아이의 오목한 손바닥 위로
갓 볶아낸 햇살의 파편들이 눈부시게 낙하할 때
열 해 동안 눈썹 하나 깜짝 않던 소녀가
무거운 외투를 훌훌 벗어던지며
비로소 정적의 가두리를 부수고 걸어 나온다
세상은 이제 막 터진 환한 비명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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