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야동 낡은 상가 뒷길에서 만난 지독한 생명력에 대하여
대야동 낡은 상가 뒷길, 가래 끓는 소리가 잦아든 한낮
기울어진 빈터는 내버려진 것들의 막다른 골목이다
깨진 가구 모서리와 이빨 빠진 사발들
시큼하게 절여진 음식 찌꺼기들이
검은 비닐 주머니 속에서 서로의 무름을 나누고 있다
그 비린 침묵의 틈을 비집고
보라색 제비꽃이 작은 머리통을 밀어 올린다
그것은 가녀린 피어남이 아니라
굳게 닫힌 돌바닥을 깨부수는 낮은 비명이다
구린내를 빨아올려 정교한 꽃잎의 결을 짜는 일
질척이는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도
제 빛깔의 맑음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저 고집
그 곁에 선 민들레는 노란 흉터 같다
녹슨 캔의 날카로운 아가리 속에서
기어이 햇볕 조각을 핥아내는 혓바닥
그는 예쁘게 보이고 싶어 구걸하지 않는다
오물이 삭아가는 열기를 힘 삼아 제 몸을 밀어 올리는
저 낮고도 매서운 타오름의 자국들
꽃들은 세상을 깨끗하게 하려고 피지 않는다
다만 버려진 것들의 온기를 빌려 제 몸을 키우고
썩어가는 것들의 뼈마디 사이에서
가장 또렷한 삶의 증거를 캐낼 뿐이다
발길에 차이고 더러움에 젖은 이 폐허가
그들에게는 하나뿐인 살을 맞대고 부대끼는 곳
그들은 죽음의 냄새를 맡으며 가장 팔딱팔딱 살아 있다
부서진 틈새를 꽉 움켜쥔,
마디 굵은 햇살의 주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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