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은 들에도 봄은 오지 않는가

- 되찾은 것들이 주는 배반에 대하여

by 선비천사

주머니 속 낡은 열쇠를 쥔 채 돌아왔으나
들판의 자물쇠는 이미 썩어 무너졌다


봄은 기척조차 없다


닳아빠진 구두 밑창 사이로
차갑게 식은 흙먼지만 씹히고


고향이라 믿었던 땅에는
눈물 대신 서리만 돋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비명처럼 부서지는 마른풀들


이곳은
쩍쩍 금이 간 동토의 끝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 호흡은
푸른 칼날이 되어
텅 빈 위장을 베어내고


새 한 마리 깃들지 않는 하늘 아래
실개천의 맥박마저 멎어 있다


거추장스러운 희망의 외투를 벗어던지고
나는 선다


비릿한 쇠의 냄새를 태워


이 절망의 콘크리트를 뚫고


기어이
아무도 본 적 없는


검은 싹 하나를 밀어 올리리라



*같이 보면 좋은 글

변태 — 치즈 대신 봄비라고 말했다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매거진의 이전글틈새를 움켜쥔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