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웃고 있었지만, 나만 다른 계절이었다

by 선비천사

사진을 찍는 순간


사람들은 웃고 있었지만
나는
다른 계절에 서 있었다


사진사는 말한다


치-즈


사람들의 입이
한꺼번에 밝아진다


나는 그 틈에서


봄비 하고
발음한다


플래시는 터지고


사진 속에서
내 입술만
조금 젖어 있다


김-치 하고 웃으라지만


나는 웃지 않는다


목 안쪽에서
음 하나가
천천히 미끄러진다


사람들은 잠깐
내 얼굴을 본다


그리고 곧
꽃 쪽으로 돌아간다


나는
겉옷을 벗는다


빛으로 비친 혈관 위에


마른 가시를


짓이겨
문지른다


따끔


따끔


피부는
갑자기
다른 계절을 기억한다


봄꽃 놀이로 들뜬 군중 속에서


나는 혼자
온도를 잘못 가진 사람처럼
서 있다


사람들은 봄을 만지지만


나는


조금 다른 온도의 피부로
남아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밴댕이 젓 : 지독한 붉은빛, 삭아가는 것들의 반항


이 글의 행간에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그림과 소박한 기록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작가 방철호의 블로그 방문하기

[전자책]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 | 방철호 | 알라딘

매거진의 이전글손바닥에 새겨진 붉은 자국으로 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