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 없는 놈이라 비웃던 비린내 속에서, 가장 뜨거운 자존심을 읽다.
서해의 시린 은백색 칼날을 꺾어 본 적 있는가
그물에 닿는 찰나, 제 서슬을 이기지 못해
단숨에 숨통을 놓아버린 단호한 자존의 빛깔을
세상은 겨우 한 뼘이라 비웃고
내장조차 옹색한 소갈딱지라 손가락질하지만
비겁하게 속을 채워 연명하는 삶 대신
차라리 텅 비워버린 저 투명한 결백을 보라
비늘을 채 거두기도 전에 쏟아지는 건
눅눅한 어둠과 설익은 소금의 세례다
염분은 가장 먼저 비어 있는 속을 파고들어
말랑한 기억의 뿌리부터 시리게 헤집어 놓는다
누구도 달큼한 광어의 흰 살을 묻지 않는 시간
녹슨 드럼통 속, 습기가 낮은 지붕이 되는 방에서
뼈와 살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며 뭉개질 때
발효는 비굴하게 살아남은 자가 치르는 마지막 사투다
이제 내게는 더 내어줄 속도 없고
남은 눈물조차 짜디짠 소금기뿐이라지만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저울 위를 유랑할 때
누군가의 마른 입천장에 간절히 들러붙어
끝내 비릿하게 피어나는 이 눅진한 반항
죽어서도 썩지 못해 제 몸을 오롯이 삭여낸 것들만이
이토록 지독하고도 아름다운 붉은빛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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