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지 않는 가시, 왜 나는 더 아팠을까

by 선비천사

귀향 첫날
나는 손등에 상처 하나 갖고 싶었다


뜰 밖 덤불에
거칠게 엉킨 찔레가 있다


손을 넣어
줄기 하나를 잡는다


서늘한 가시들이
잠깐
몸을 눕힌다


내 손등 위에서


피가 날 자리를
가만히 기다려 본다


그러나

가시는

내 살을 피해 눕고


나는


상처가 나지 않는 피부를

잠깐
낯설게 만져 본다


그때 알았다


고향에서는


가시조차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을


덤불 속에서


끝내


아무것도
나를
찌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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