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나간 베짱이, 이대로 멈춰도 괜찮을까

by 선비천사

어찌하나


커서가
깜빡이지 않는다


문장 끝에 매달려 있던
작은 물음표 하나
어둠 속에서 식어 간다


진작 친구로 둘 걸 그랬다
일개미


나는
꽃이 피면 피는 대로 두고
지면 지는 대로 두었다


그 사이
계절이 나를 지나갔다


어찌하나


밥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장이 부르면
나는 또 몸을 비운다


몸만
꾸준히 살아 있다


왜 사느냐 묻는 사람은 없고


불 꺼진 스크린 하나
방 안에 켜져 있다


마누라를 안아 보고
아이들 등을 두드린다


잠깐


사람인 척한다


어찌하나


세상은 아직 전쟁터라는데
그 아우성은
귓등에서 바람처럼 미끄러진다


나는
전원 나간 베짱이


삶의 안테나 끝에서


오래


잡히지 않는 전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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