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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빈 May 10. 2020

우리 아이의 아토피는 정말 내 잘못일까?

아토피를 앓는 엄마는 매일 자신에게 묻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던 것일까?

완전히 무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토피로 고생해 온 언니는 임신 기간 내내 조바심을 냈다. 의사가 추천한 유산균을 복용했고, 매운 음식이나 인스턴트는 입에 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피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 온 나는 임신 기간 내내 무디게 행동했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인스턴트를 달고 산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엽떡 같은 아주 매운 음식을 시켜 먹었다. 화장실이 더러울 땐 락스 물로 박박 청소를 했고, 일주일에 세 번 염소 냄새 가득한 수영장에서 한 시간씩 수영을 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유전이지만, 염소에 자주 노출되었던 것 또한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 같다. 혹시라도 집안에 아토피나 알러지 유전자가 있는 임산부라면 가능한 한 실내 수영장 대신 실외 수영장을 이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 엄마는 언니의 아토피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첫아이였고, 약국 일이 너무 바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볼에서 진물이 터져 나오는 아이의 새빨간 피부를 보며 나도 똑같은 죄의식에 시달린다. 내가 그때 매운 음식을 먹지 않았더라면.. 수영을 하지 않았더라면.. 커피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한없이 작아진다.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자면 고통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토피로 고통받는 언니는 음식을 가리고, 시도 때도 없이 옷과 이불을 털었다. '왜 저렇게 예민해.' 속으로 눈을 흘기던 나는 이제 강박적으로 아이 옷을 빨고, 밀가루, 계란, 우유 - 평생 해 본 적 없는 편식을 해 본다. "근데 아이 얼굴이 왜 그런 거예요?" 악의가 없어 더 속상한 누군가의 말에 대답하며, 언젠가 배려심 없이 던졌던 말과 눈빛을 반성해본다.

볼에서 진물이 퐁퐁 솟아 나온다


태어난지 165일 된 오늘 아이의 피부는 1(좋음)에서 5(최악) 중 5단계. 눈가, 볼, 오금에서 진물이 나고, 아이는 목과 배를 긁는다. 당분간 내가 먹는 음식을 철저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진물이 나는 부위에는 수시로 아쿠아퍼를, 보습은 되도록 1시간에 한 번씩 하고 있다.


바른 것 - 아쿠아퍼 베이비, 세타필 로션, 피지오겔 AI 크림, 락티케어 (아침, 저녁)

내가 먹은 것 - 오전 바나나, 땅콩버터, 커피/ 오후 소고기 미역국, 열무김치 / 저녁 시래깃국, 열무김치, 쌀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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