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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곱 Mar 21. 2024

지방소도시 삶의 기록

크리스피크림도넛

지방소도시에 살고 있는 가장입니다. 퇴근 무렵 아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아빠? 도넛이 먹고 싶어. 사 올 수 있으면 사와."

 "응, 알겠어~"

크리스피크림도넛 얘기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방소도시, 줄여서 지방시인구가 10만 남짓이라, 그 도넛 가게가 없습니다.

다행히 제 직장은 인구 30만의 중소도시에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지도로 주변을 찾아봅니다. ... 없네요. 예전 직장은 인구 60만 중소도시라 있었는데, 올 3월에 옮긴 이 도시에는 없네요. 10만이나 30만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지도를 넓혀 근처 가까운 곳을 찾아봅니다. 그나마 가까운 몇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300만 광역시 대학가 1곳, 예전 직장인 근처인 60만 중소도시 1곳, 집 근처 다른 군 단위 지방소도시 고속도로 휴게소 양방향 2곳. 다른 도시는 집과 반대 방향이라, 퇴근길 네비를 집 근처 휴게소를 찍었습니다. 상하행 휴게소 모두에 크리스피크림도넛 가게가 보입니다. 고속도로는 길을 돌리기가 어려우니, 가는 길 가까운 곳부터 갑니다.

아들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도넛을 사러 오는 자상한 아버지란 뽕이 가득 찬 채 가게로 들어갑니다.

첫 번째 상행 휴게소에 들어가니, "sold out"이란 글자가 보입니다. 평일 퇴근 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산다는 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큰일입니다.  반대편 휴게소도 마찬가지일까 봐 걱정입니다. 얼른 차를 돌려 반대편 휴게소로 갑니다.

다행히 도넛은 남아있는데, 직원이 없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직원이 안 와서, 실례를 무릅쓰고 옆가게에 물어봅니다. 마감시간이라 위층 사무실에 갔을 거라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더 기다리니 직원이 옵니다.

반가운 직원에게 그간의 일을 신나게 떠들면서 도넛을 주문합니다. 마감이라, 1+1으로 준다고 합니다. 기분 좋게 결재하고, 물어본 옆가게에서 닭꼬치도 2개 삽니다.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들에게 주고, 샤워를 했습니다. 스스로 대견합니다.

씻고 나오니, 배부르게 먹은 듯한 아들이 보입니다.

 "맛있게 먹었어?"

 "응~"

 "뭐가 맛있었어?" 도넛이 오리지널 하프더즌과 버라이어티 하프더즌입니다.

 "닭꼬치!"

 "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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