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정도 골프를 배우고 치지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운동 골프. 어릴 때부터 딱히 운동을 한 게 없어 몸을 쓸 줄 몰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공만 눈앞에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든 세게 때려 처내려 한다. 그럴수록 방향도 엉망진창, 공은 땅끝에 끌려 멀리 나가지 않고 애꿎은 옆구리만 아프다.
특히 뒷사람들이 기다리면 나를 본다는 생각에 괜히 조급해지기도 하다.
이렇게 힘든 골프를 좋아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에게 좌절감과 실패감을 주는 운동임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첫째, 골프의 18홀이 인생 여정과 닮아서이다. 1번 홀을 잘 쳤다고 해서 2번 홀을 잘 치는 보장은 없다. 3번 홀을 실패했다 해서 4번 홀이 실패가 아니다. 언제나 매홀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다시 시작하면 된다. 가끔 이전 홀에서 잘 쳤다는 자신감에 다음 홀에 서보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주어질 때면 나의 교만했던 마음이 겸손해진다. 또 반대로 이전 홀에서 죽 쑨 것을 얼른 털어내고 다음 홀에서 새 마음으로 임해서 집중하면 만회가 가능하다. 골프에서는 힘든 과거를 얼른 잊고 교만함을 내려놓고 매홀마다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있다.
둘째, 18홀까지 약 3~4시간 동안 치러지는 게임에서 지치거나 지루해지기 쉽다. 하지만 18홀을 끝내는데 의의를 두고 한 홀, 한 홀 정성 들여 치다 보면 어느새 18홀에 와있다. 이것이 우리의 인생 여정과 어쩐지 비슷하다. 우리가 18홀을 끝내는데 목적으로 둔다면 어떻게든 후딱 대충 끝내버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치는 사람이나 자연을 돌아볼 여유가 없고 내가 계속 저지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면서도 그저 얼른 처내려고 할 뿐이다.
셋째, 공의 역할이다. 물론 골프는 공을 맞춰 멀리 보내고 구멍으로 넣는 게임이지만 공을 치려고 집착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 방향, 거리가 더 엉망이 된다. 공을 띄우려고 노력할수록 공이 뜨지 않는다. 이럴 때, 공을 잊고 스윙에 집중하면 오히려 공이 가볍게 높고 멀리 뜬다. 공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진짜 공을 잘 보낼 수 있다. 목표물에 집착하면 몸과 마음에 긴장이 들어가 목표물을 제대로 치지 못해 스트레스만 받을 수 있다. 목표물을 향해 내 기본적인 스윙에 집중하고 내 몸의 리듬과 힘의 모먼텀에 한결같이 집중한다면 정확하게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맞출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골프를 못 치지만 골프를 좋아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참 잘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다이어트 방법을 잘 알고 공부방법을 잘 알고 육아의 방법이나 관계에 대해 잘 알지만 언제나 실전이 어렵다.
골프는 목표를 향한 내 추상적인 바람이 시각화로 보이는 것만 같아 나는 자주 골프 연습을 한다. 힘을 빼고 공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내 몸이 어디서 힘을 받는지를 느끼고 빠른 리듬감을 늦추려고 노력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도 어떻게든 예약된 9홀이나 18홀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오늘도 최악의 스코어였지만 마지막 3홀 정도는 점점 힘을 빼고 뒷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스윙이 잘 되기 시작해 예약된 9홀을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몇 년 동안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골프를 치겠고 내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힘을 빼고 공을 잊고 내 몸의 리듬과 스윙에 집중하고 반복해 연습할 것이다. 마지막 18홀을 끝내버리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한 홀씩 집중하며 각 골프채의 특성과 방향성에 따라 제대로 된 도구를 익히고 사용하겠다. 내가 치는 순간에 집중하고 가능한 신중하게 치도록 노력하겠다. 함께 한 사람에게도 집중하겠다. 가능한 자연과 스포츠를 즐기는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겠고 앞사람 뒷사람 함께하는 사람에게 매너를 지키겠다.
골프를 잘하는 날에 비로소 내 인생도 잘 칠 수 있겠지?
하지만 잘 치게 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잘 치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반복해 연습하는 것만이 최선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