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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Dec 21. 2021

15. 양초 사세요~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복하는 날이기에 작년부터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처럼 ‘우리 이웃을 사랑하라!’ 프로젝트.

작년에는 코로나를 뚫고 배달해 주시는 배달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식과 음료를 준비했고 노숙자와 구세군 냄비를 찾아다녀 돈을 기부했다.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물건을 팔아 기부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가 고민 끝에 낸 아이템은 양초. 나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검색해서 재료들을 주문했고 간도 크게 60개 물량을 준비했다. 준비과정, 만드는 과정, 포장 과정 등을 다 합치면 장작 15시간은 소요했을 것이다. 특히 초를 만들 때는 그날 하루 꼬박 썼고 10시간쯤 되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용기 포장을 했다.

이틀간,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고 집 앞에서 이틀간 팔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주문을 해주시는 지인분들 덕분에 나는 60개를 곧 다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 광고하는 만큼 주문이 밀려들어 본격적으로 집 앞에서 팔기 시작할 때는 겨우 23개만 남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교회에서 모르는 분이 크리스마스 데코로 만든 예쁜 쿠키들을 초를 사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라며 지지해 주었다.

특히 판매하기로 한 전 날부터 아침까지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옴에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 기도하며 11시 행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시작 10분 전 비가 멈췄고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더니 중간쯤에는 오히려 해가 떠올라 더웠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팔기 시작한 첫날에 완판 할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약속했던 1시간이 지나 3시간을 집 앞에서 기다리는데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극히 드물었고 평소에 산책하며 인사하는 중국인 친구가 2개 사준 것 외에 3시간 동안 아무것도 팔 수 없었다.

나의 들뜬 마음은 차츰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리고는 금세 올법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에 서운해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이 떠올랐고, 불우이웃 돕기 취지로 이렇게 초를 만들어 파는 아이들과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속상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점차 남은 15개의 초에 마음이 온통 집중돼 45개를 판 감사한 마음보다 실패한 마음으로 잠식되었다. 결국 나는 어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 가족들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나는 지쳐서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새벽, 눈을 떠서 생각해보니 목적지를 잃은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이웃을 사랑하신 예수님처럼 이웃을 돕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처럼 재료 값과 내가 소요한 시간이 계산돼 60개 모두 팔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 목적에 달하지 못하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그것을 도와주지 않는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운해했다. 초를 사 준 사람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앞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사람 카테고리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앞으로 혼자 기부하지 다시는 이런 행사로 돈,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 목적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히려 좋은 목적을 갖고 시작한 이 행사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 구원하시려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성 들여 만든 예쁜 양초를 싼 값에 사고 불우이웃 돕기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사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서운해하고 화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주님은 아무 대가 없이 오로지 인간을 구원하러 오셨음에도 많은 무시를 받았고 오히려 경멸과 비난, 조롱까지 당했다. 기대했던 사람들이 주님을 저버리고 오지 않았던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장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특히 아무리 덥고 추워도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매일 손님을 기다려 물건을 팔아야지만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길거리를 지나다가 불우이웃 돕기를 하거나 권익을 위해 서명을 부탁하는 일에도 냉담했던 내 모습과 지인이나 친구들이 행사를 주최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던 일도 떠올랐다.

이런저런 많은 반성을 하자 목적지가 다시 눈에 들어왔고 나는 이 과정 중에 참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쳤고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과정과 물건을 팔기 위해 광고한 대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 손님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책임감을 통해 손님이 오시면 감사하고 반가웠다.

나 또한 사업이 좋은 아이디어나 저렴한 가격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는 점과 성공을 이루려는 욕심으로 선의의 목적을 쉽게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갖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하는 나를 보며 나의 이기심과 사람들은 절대로 고정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자가 우선이고 남들은 쉽게 무시하며 관심조차 없을 수 있다는 것, 좋은 관계라도 나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은 다르다는 것 등. 변화무쌍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은 상대적이기에 내가 하면 남이 하고 내가 할 때에 남이 하지 않으면 서운하고 남이 할 때 내가 하지 않으면 상대가 서운하고 내가 못하는 이유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절대로 사람에게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 나같이 변화무쌍한 인간을 한 번도 변치 않고 사랑해 끝까지 나의 구원에만 관심 있는 예수님만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인간은 같은 숫자라도 감사한 것보다 성공에 미치지 않는 나머지 숫자에 집착해 쉽게 불만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45개를 판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성공까지 남은 15개에 집착해 스스로 불행해진 때처럼. 감사와 불행은 그래서 나에게 달려있다는 점도!!!! 마지막으로 이번 경험을 통해 이 글의 글감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내년에도 이 행사를 할 것이다. 아이템은 똑같이 초가 될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예수님이 가르쳐 준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 아이들과 애쓸 것이다.


우리는 오늘 4개 더 팔아 총 49개나 팔았다!

이번 행사는 분명히 성공했다! 우리가 모은 245달러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드릴  있게 되어 기쁘다. 그냥 돈으로 245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케이블카로  번에  정상을 올라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상을 오르는 길은 힘이 들지만  다리로 직접 올라가야지만 배울  있는 많은 것을 경험했기에 앞으로 우리 가족의 기부형태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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