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여자들이 브런치를 먹는 이유

by Momanf

여느 아침과 똑같이 아이들과 Ryan이 어린이집과 학교를 간 후, 수경은 널어 두었던 빨래를 걷어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수경 씨, 요새 뭐하느라 이렇게 조용해?”

전화를 받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아파트, 같은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알게 된 지원이었다. 그녀는 수경보다 세 살 위라 ‘언니’라고 부르며 가끔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사이였다.

“지원 언니! 잘 지냈죠? 저야 뭐 매일 똑같아요.”

“근처에 브런치 카페 생겼는데 아직 식사 전이면 갈래?”

“막 빨래 개고 식사하려던 참인데 그럴까요? 가게 오픈 시간이면 12시는 돼야 하죠?”

“거기 9시부터 열어. 내가 주소 찍어 줄 테니 그리로 올래? 나 은행 볼일 있어서 이미 나와 있거든. 지금 10시 15분이니까 11시에 볼까? 우리 아파트에서 걸으면 10분이야.”

“네. 11시 좋아요. 그러면 조금 있다 봐요”

수경이 분주히 빨래를 개고 청소기로 대충 거실과 주방에 보이는 먼지를 청소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준비를 하고 지원이 보내준 문자의 주소대로 찾아간 카페는 이미 수경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지원은 입구로 들어서는 수경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수경은 미처 말리지 않고 나온 머리카락이 부끄러웠다. 동네라고 해 샤워만 하고 대충 옷만 걸쳐 입고 나왔더니 카페는 너무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추었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옷을 차려입고 화장도 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언니 전화받고 급히 샤워하느라고. 이 꼴로 왔어요.”

수경은 어쩐지 지원에게 미안해 민망하게 웃으며 젖은 머리의 물기를 털어냈다.

“괜찮아. 내가 갑자기 전화했는걸 뭐.”

다행히 지원이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하자 수경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

“와! 진짜 사람들이 많네요? 오픈 시간이 9시라고요?”

수경은 다시 한번 카페 안을 돌아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들 어린이집이나 학교 보내고 다 밥 먹으려고 왔겠지. 이 동네 아파트 단지에 우리 또래 여자들이 많아서 은근히 장사가 잘 된대잖아. 이렇게 동네에 있다고 우습게 여길게 아니라니까. 수경 씨도 그렇겠지만 식구들이 정신없이 어지르고 나간 집에서 혼자 청승 떨며 밥 먹고 싶어? 아이들 나오는 길에 이렇게 차려입고 나와서 등교시키고 엄마들은 여기에서 식사하고 수다로 스트레스 풀고 가는 거지.”

수경도 얼른 빨래를 개고 대충 끼니를 때우려 했던 것을 떠올리며 지원의 말에 공감했다.

“여기 주문받아주세요.”

지원은 직원에게 손을 들어 부른 후, 말했다.

“수경 씨, 여기는 명란 파스타가 맛있다? 강력추천이야.”

“아. 그래요? 명란 파스타라..., 궁금하네요.”

지원은 이미 여러 번 와 본 경험이 있는지 이것저것 수경을 도와주며 주문을 마쳤다.

“그래. 애들은 요새 떼쓰는 건 좀 줄었고?”

지원은 지난번 만났을 때, 수경이 했던 말을 기억해 물었다.

“하하. 네 요즘엔 말귀를 알아들어 좀 수월해졌어요. 자기들끼리 인형놀이도 하면서 둘이 노는 시간도 길어졌고요. 예성이는 감기 빨리 나았어요?”

“아이고. 예성이 다 나으면 재성이가 학교에서 걸려와 옮기고..., 요새 우리 애들 콧물 달고 살아. 아주 지긋지긋해.”

직원이 다가와 커피잔에 커피를 채워주었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감기에 많이 걸리는구나”

수경은 커피잔에 흘러내리는 커피를 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이 눔의 공기 탓 아니겠어? 날씨가 좋아도 미세 먼지 때문에 애들이 나가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내아이들을 집에만 가둬둘 수 없어 놀이터에서라도 잠깐 놀게 하면 공기 때문에 금방 콜록댄다니까. 괜찮아졌다 싶으면 학교에서 감기를 옮아 오거나 어린이집에서 옮아오지. 아이들 하나 시작하면 온 가족이 다 아파. 나까지 요새 목이 쾌쾌해 집안일이고 뭐고 다 하기 싫어.”

수경은 지원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보리 아빠, 혹시 과외 한 개 하실 수 있으려나? 재성이네 반 애들 3명이랑 4명 한 팀 묶어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수업했으면 하는데 보리 아빠 생각나서. 어린애들도 가르치시잖아. 그지?”

“아. 네. 그렇긴 한데 재성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 영어를 해요?”

지원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수경 씨 그런 소리 마, 내가 늦은 거야. 요즘 애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이니, 원어민 수업을 네다섯 살이면 시작해.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도 많이 다니지, 우리 때 와는 다르다니까. 재성이가 이 그룹에서는 제일 늦은 거야. 뭐라도 시켜봐야겠다 싶던 차에 재성이반 모임에서 이미 여섯 살부터 영어를 시켰다는 엄마 둘이 원어민 수업을 더 보강시켜주고 싶다고 하고 한 사람도 뜻이 있어서 네 명을 묶어서 원어민 선생님을 알아보기로 한 거야. 내가 보리 아빠 생각이 나서 한번 물어보겠다고 했고.”

수경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보리 아빠도 일이 많아 바쁜가 봐요. 그렇지만 한번 물어볼게요. 초등학생은 몇 시쯤 가르쳐야 하나요?”

“사실 주말이면 좋아. 토요일 오전 1시간. 주중에는 아이들이 어려도 다들 학원 다니느라 바쁘고 토요일 오전 일찍 1시간 하고 나면 그 후에 아이들 어디 데리고 가기도 좋고. 한번 여쭤 봐줄래? 주말이면 보리 아빠도 가능하지 않을까?”

수경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것을 보며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탁 위에 예쁜 그릇들과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놓이자 수경과 지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수경은 파스타를 맛 본 후, 그 파스타를 추천한 지원에게 말했다.

“맛있네요. 독특하고”

“괜찮지? 음식이 꽤 맛있더라 여기. 인테리어도 괜찮고.”

수경도 실내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사람들이 많은지 알겠어요.”

“우리 엄마들이 진짜 이런 시간이 너무 필요하지 않니? 아이들 챙기랴 남편 밥 챙기랴,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남편 직장 보내고 나면 회오리 한차례 불고 난 것 같이 집안이 한번 뒤집혀 있잖아. 어질러진 집구석에서 배는 고프지, 혼자 한숨 쉬며 냉장고에서 찬밥 꺼내 돌리고 반찬 대충 꺼내 먹다 보면 내가 딱 전쟁고아 같다니까. 먹는 와중에도 시선 닿는 곳 모두 청소 거리, 설거지 거리, 빨래 거리 한가득이지. 일할 거리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 그냥 물 말아 후루룩 마셔 버릴 때도 많아. 문득 늘어진 티셔츠에 밥풀이며 반찬 얼룩 묻은 걸 보고 있자면 그 티셔츠가 꼭 내 인생 같고. 어찌나 비참한지..., 그래서 나는 여기 나와 이렇게 밥 먹는 시간이 너무 좋아.”

수경은 지원의 이야기가 자신의 생활과 같아 깊이 공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 좀 치우고, 씻고, 커피 한잔하고, 잠깐 멍 때리다 보면 벌써 애들 데려갈 시간이야. 봐. 벌써 12시 다 돼간다. 혼자 있는 시간은 얼마나 잘 가는지”

둘이 동시에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게요”

수경도 지원의 말에 동의하며 한숨을 쉬었다.

“누가 우리 먹을 밥 차려주는 것도, 같이 먹어주는 것도 아니고. 직장 없는 우리가 때 맞춰 씻고 나갈 곳도 없으니 매일 입는 옷은 후줄근하게 늘어난 티셔츠뿐이지, 내가 여잔지 남자인지 구분도 안가. 애들 오후에 오면 오전 내내 청소한 건 또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다니? 남편 올 때쯤은 청소해둔 건 표시도 안나.”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와서 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요. 하하”

수경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밥풀이 덕지덕지 바닥에 붙어 있는 걸 치우지 않을 수도 없고.”

“진짜요. 밥풀 치우는 게 가장 싫어요.”

수경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그렇게 집구석에만 있다 보면 우울증 걸리기 딱 좋다니까. 엄마가 허리끈 졸라매며 사는 걸 누가 알아주니? 그러다 화병만 생기고 내 마음이 우울하고 괴로워지면 고스란히 그건 남편에게나 아이들에게 돌아가. 괜히 궁상맞게 살면서 남편에게나 아이들에게 짜증 내는 대신 가끔 예쁜 옷도 사 입고 화장도 하고 나와 이런 곳에서 밥 먹는 게 가족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니까. 여기 식사값이 싼 건 아니지만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해. 정신병원 상담비 보다야 싸게 치이지.”

“언니, 정말 언니 말 너무 공감해요. 늘 집안일에 강박을 갖고 발 동동 구르며 해나가는데도 집안일이란 게 잘 표시가 안 나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요. 하루 종일 치웠는데 아이들 오면 금세 어질러져 있고 표시도 나지 않는 일을 계속하려니 성취감도 별로 없고요. 남편은 퇴근해도 수업 준비한다는 핑계로 쉬는 것만 같아 남편만 보면 짜증 나요. 아이들에게도 음식 떨어뜨리면서 먹을 때 짜증 나고 자꾸 놀자고 칭얼대면 귀찮을 때도 많고 화병 난 사람처럼 하루 종일 한숨 쉬고 기분이 좋지 않아요. 제가 하녀처럼 여겨져요.”

지원은 음식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어린이집 가야 겨우 혼자 있는 시간인데, 그것마저도 대부분 집안일하느라 보내는데도 가끔 외출해 친구들 만나고 들어오면 괜히 실컷 놀다 온 사람처럼 눈치가 보여서 남편한테 도와달라는 말도 못 하겠어요. 어쨌거나 남편은 돈 벌어준다는 생각에.”

수경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애들 학교 간 시간에 남자들은 여자들이 집에서 노는 줄 알아. 가끔 오전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있다가 남편 전화받으면 ‘너는 좋겠다. 친구 만날 시간도 있고. 나는 일하느라 죽 쑤는데’ 그런다? 접때 그 문제로 재성이 아빠, 나한테 반은 죽었어. 너 나가는 시간에 나 청소하고 빨래하고 시장 가고 저녁 준비하고 볼 일 본다. 그리고 혼자 먹기 처량해 가끔 나가서 이렇게 우아하게 밥이라도 먹으면서 나를 위로해준다. 그런데 뭐? 쉬는 시간? 놀러 다닌다고? 하면서 알지? 내가 막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지. 하하”

지원은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웃었고 수경도 장면을 그리며 미소 지었다.

“남자 여자가 며칠 바뀌는 체험 같은 것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말해 뭐해? 집집마다 다 똑같지 뭐. 재성이네 반 모임도 가보면 똑같은 소리들 해. 그래서 요즘 그냥 우리끼리 이런 데서 우아하게 브런치 먹으며 수다 떨고 스트레스 풀 자고들 해. 백날 얘기해도 이해해줄 남자가 어디 있냐 하면서. 남편이나 애들이 우리 고생하는 거 알아주길 포기하자! 그 편이 마음 편해. 글쎄 어떤 엄마는 브런치 가격 남편에게 얘기했다가 ‘네가 살림을 말아먹는구나’라는 말도 들었대. 그 남편은 구내식당에서 자기는 삼천 원짜리 점심 사 먹는다면서. 자기는 거기다 담배에 술까지 하면서 그런 비용 생각하지도 않고. 그 엄마는 정말 알뜰살뜰 절약해 잘 사는 사람인데 남편한테 그 얘기 듣고 나서는 눈치 보인다면서 한 달에 한 번만 겨우 모임에 나와. 우리랑 1주일에 한 번씩 점심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했는데.... 다들 그렇게 사나 봐.”

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수경 씨 남편은 외국인이라 우리들보다는 나을 거 아냐?”

“아이들 돌보는 게 힘들다는 건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가는 거에 대해서는 별소리는 하지 않아요.”

“재성이 반 엄마처럼 남편한테 그런 모멸적인 소리 안 듣는 게 어디야? 크크. 남자들이 다 그래. 한국은 아직 멀었어”

“아니에요. 저도 애들 남편한테 맡기고 어디 외출했다 늦게 들어오게 되면 눈치는 보여요. 자기는 돈 번다고 그러는지 육아는 완전 제 일인걸요.”

“그래. 남자들도 이해는 돼. 어쨌든 새끼들 낳고 나면 책임질 입이 많아지니 돈 번다고 애쓰지.”

둘 다 동시에 한숨을 내뱉고는 함께 웃었다.

“결혼이란 게, 특히 아이들이 생기고 난 후의 삶은 정말 서바이버 게임 같아요.”

수경의 말에 지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도 언니 말처럼 이런데라도 나와 수다도 떨고 식사하니 기분이 좋네요. 힘도 나고요.”

“그러니 나랑 종종 이렇게 애들 보내고 나와 밥이라도 먹고 들어가자.”

수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 이런데라도 외출하지 않으면 집에서 너덜너덜한 티셔츠만 입고 지내다 내 인생 끝날 것 같아요.”

“그래. 우리 인생이 그렇게 너덜너덜한 티셔츠가 된 거지. 입으면 편안하고 뭐 묻혀도 별로 걱정도 안 돼서 자꾸 애용하고. 그런데 정작 외출할 때는 입을 수 없는.... 가족들한테는 너덜너덜한 티셔츠 같은 존재지 엄마들은.”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지원은 아이들 데리러 가기 전에 우체국 볼 일을 봐야 한다며 급히 떠났고 수경은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향해 걸었다.

목이 늘어나고 아무리 빨아도 얼룩 자국이 지워지지 않지만 자주 꺼내 입는 자신의 티셔츠가 떠올랐다. 늘 아이들이 먹다 묻은 밥풀이나 크레파스 자국, 스티커가 붙어 있는 티셔츠. 가끔 아이들이 콧물이 나면 스윽 얼른 티셔츠 소매 끝자락으로 닦기도 했다. 편안하고 부담 없이 넉넉하게 늘어지는 티셔츠에는 자신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가족들이 그 티셔츠를 입은 엄마를 집에서 편안히 여긴다고 해도 친구들 앞에서 엄마가 그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아내가 남편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그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다면 과연 가족들이 그 엄마의 모습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 모습의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거나 아내를 고마워할 남편이 어디 있을까?

그동안 육아한다는 핑계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자각하지 못하고 집에서나 집 밖에서나 그 티셔츠만 입고 살지 않았던가 반성해본다. 더욱이 남편이나 아이들이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티셔츠는 내가 편해 입고 살면서도 나는 그동안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옷을 갈아입었어야 했다. 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예쁜 옷으로 말끔히 차려 입고 화장을 하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졌어야 했었다. 아이들이 자라면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자신을 위한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대신 나를 창피하게 여길 것 같다. 남편도 그런 아내를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국가 유공자라도 훈장을 매달고 생활할 수는 없듯이 엄마라고 희생의 상징처럼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내 공로를 알아달라 고집 피울 수는 없다. 엄마도 가족과 분리된 꿈과 생활이 있어야 한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의 꿈을 살아가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사랑하는 엄마는 인간으로서 매력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야 양육이 엄마의 일이라 해도 아이들이 자라고 자립하면 엄마만의 일이 있어야 하기에 준비하는 시기로 삼을 수 있다. 엄마도 경제력이 있어 남편과 동등하게 가정 경제를 함께 책임질 수 있다면 동반자로서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내가 오래 살게 되었다면... 아마 그 모습으로 살아야 했으리라.’

수경의 한숨이 길었다.

‘내일부터라도 아이들과 남편이 나갈 때, 옷이라도 깔끔하게 입고 잠깐이라도 공원을 산책하거나 도서관이라도 가서 책이라도 읽고 들어오자. 너덜한 티셔츠만 걸치고 산 여자로, 엄마로 내 남편과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지는 않아.’

브런치를 즐기던 공간과 음식은 수경을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해 주어 자존감이 올랐다. 사치로 여겨지던 2만 원짜리 브런치는 돈을 쓴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벌어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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