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엄마의 일기 2

by Momanf

[ 2020년 6월 3일

언젠가 엄마 아빠가 될 우리 보리와 준,

너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엄마와 아빠가 될 너희들에게 오늘 엄마가 깨달은 내용을 꼭 남겨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일기를 쓴단다. 매일 반복되는 결혼 생활이 힘들거나 너희의 배우자를 이해하기 힘들 때, 이 글을 읽길 바래.

어른이 된다는 것과 부모가 된다는 것에도 큰 차이가 있단 걸 알게 되었니? 어른이 된다는 건 너희의 자유와 책임감이 커져 네 스스로 너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일 뿐이지만 부모가 된다는 건 너희가 누렸던 개인적인 자유와 책임이 이제 올곧이 너의 아이들과 배우자에 달려 있으니 말이야. 물론 아이들이 너무 소중해 너희의 모든 것을 내줘도 아깝지 않아 너 자신 모두를 주겠지. 하지만 절제하길 바래. 왜냐하면 그렇게 너 자신을 소진시키다 보면 너를 잃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배우자에게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낄 테니 말이야. 아이들이나 배우자 그 누구도 너에게 그런 헌신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날카로운 진실을 말하고 싶어. 그래서 그 분노가 가족들한테 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단다. 아이들도 부모가 자신들을 잃어가며 그들에게 헌신해 고통받는 엄마나 아빠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가족의 삶에서 조화로운 엄마, 아빠를 더 존중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엄마는 미련하게도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단다. 엄마 스스로가 절제하지 못해 나를 잃고 가족들을 위해 산다고 했었지만 돌이켜보니 그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구나. 아빠와의 사이도 멀어졌고 매일 쌓이는 집안일에 성취감도 느낄 수 없으며 소중한 너희들에게 짜증도 잘 냈고 늘 딴생각만 했고 힘들어했었어. 엄마 스스로가 절제하지 못해 나를 소진시키며 나를 잃고 산 보상을 가족들이 알아주길 바랬어. 그래서 너희들은 내 말을 잘 듣길 바랬고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길 바랬지. 너희들과 아빠가 그렇게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참고, 나를 돌보기보다는 너희를 먼저 돌보고, 너희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주며 희생하는 것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었다. 소위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스트레스는 나에게 강박감만 주어 정작 혼자만의 시간은 쉰다는 핑계로 드라마를 봤고 휴대폰 검색하며 시간을 낭비했단다. 금방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높은 칼로리의 음식들만 먹기도 하면서 말이야. 생각해보면 그건 휴식이 아니라 일종의 도피였어. 집안 일과 육아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내 꿈과 자아의 발전을 위해 썼다면 비난의 대상을 아빠로 돌리거나 너희들이 되지 않았을 텐데.... 분노 후에 밀려드는 죄책감과 자괴감, 엄마로서의 내 한계에 실패를 느끼고 얼마나 울었는지....

오늘에서야 엄마는 나 자신을 위해 보람과 행복을 채워야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 아이들 때문에, 남편 때문에 시간 없다는 변명은 그만두고 너희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너희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일단 나도 씻고 단정하게 옷 입고 집 밖으로 나가기로 했어.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도 보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단다. 집안일만 하다가 너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보낸 후에 너희들을 만난다면 재회 시간이 너무 신날것 같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각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나누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집안일은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해치우기로 결심했어. 때로는 집이 좀 지저분면 어떠니? 앞으로 엄마는 나와 가족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시간을 지혜롭게 쓰기로 했어. 때로는 가족을 위해 양보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집안일에 좀 게으름 부릴래. 완벽한 엄마라는 사회적인 기준을 버릴 거야.

그러니 보리야, 준아, 배우자나 자식이 네 인생의 스트레스가 아니라 너를 성장시키는 축복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너만의 시간을 꼭 가지길 바랄게. 그때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단다. 혼자 쓰는 시간보다 가족과 나눠 써야 하는 시간이기에 너의 집중력은 더 높아질 거야.

지금 엄마가 그렇거든. 비록 엄마에게 6개월 정도의 시간뿐이라고 해도 남은 시간 소중한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살고 싶어. 나 자신으로서, 아내로서, 너희들의 엄마로서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게. 매일 눈뜨는 아침을 선물 받은 것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며 살게.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그 어느 순간이라도 완전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게. 보리야, 준아, 너희들을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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