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수경은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보리의 표정이 좋지 않아 수경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보리야, 왜 그래? 어린이집에서 기분이 안 좋았어?”
보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수경은 준이에게 뭔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준이를 봤지만 준이는 자신의 발 앞으로 기어가는 개미들에 열중하고 있었다. 수경은 내심 걱정이 되어 보리에게 거듭 물었다.
“어린이집 가고 싶어”
보리가 마침내 대답했다.
“아, 보리가 어린이집이 너무 좋아서 떠나기 싫었던 거구나. 그럼 내일 또 오자~ 보리가 어린이집 좋다니 엄마도 참 기쁘네.”
수경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다독이며 말했다.
“엄마 싫어!”
하지만 보리는 계속 수경에게 짜증을 냈다.
“보리가 어린이집 더 있고 싶은데 엄마가 데리러 와서 짜증 났구나.”
보리는 인상을 쓰고 씩씩거리기까지 했다. 수경은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보리야, 그렇지만 엄마도 조금 서운해. 엄마는 보리가 엄마가 데리고 오는 것을 좋아해 행복해할 줄 알았거든?”
보리는 칭얼대기 시작했다.
“보리야, 집에 가서 간식 먹고 뭐하고 놀까?”
수경은 보리를 달래 보려고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싫어. 엄마랑 안 놀아.”
“음....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슬프지 않겠어?”
“엄마 싫으니까 나한테 말하지 마”
“그래. 너에게 말하지 않을게. 준이는 오는 어린이집 재밌었어?”
“응. 어린이집 좋아.”
준이는 수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수경이 준이와 다정하게 대화하자 질투가 난 보리는 수경의 손을 훽 뿌리치며 뛰어갔다. 차가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당황한 수경이 얼른 보리의 손을 낚아챘고 아이는 소리를 꽥 질렀다.
“너 이 행동 뭐야? 나쁜 행동 아니야? 엄마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게 어딨어? 특히 찻길에서는 위험하니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다녀야 된다고 했었지?”
아이는 수경에게 잡힌 손을 빼려고 애썼다.
“곧 집이야. 집에 도착할 때 까지는 차가 많으니 조심해야 해. 엄마 손 잡아야 돼, 보리!”
수경이 엄한 얼굴로 보리를 보며 말했다.
“놔. 싫다고!”
떼쓰는 보리에게 수경은 결국 화가 났다.
“너 이 녀석, 정말 나쁜 행동 하는구나. 집에 가서 혼나야겠다.”
보리는 소리를 지르면서 울기 시작했고 엘러베이트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준이는 손 혼자 씻을 수 있지?”
수경은 아이들의 신발을 벗기며 준이에게 물었고 보리는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울었다. 준이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수경이 화난 얼굴로 보리에게 말했다.
“너 타임아웃이야, 네 방에 가서 5분 동안 생각해”
하지만 보리는 고개를 흔들며 현관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빨리 들어가. 너 그거 잘못된 행동이야”
“엄마 싫어. 미워”
수경은 결국 한 팔로 옆구리에 보리를 안고 방으로 데려가 문을 닫았다.
“타임아웃 동안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보고 나와.”
아이가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엄마, 안 할게요. 소리 안 지를게요. 열어주세요~”
아이는 애원하며 방문 손잡이를 돌렸고 수경은 문고리를 잡고 보리가 열지 못하게 버텼다.
“안 그럴게요. 아아아아아~~~~~~~~~~~~~.”
아이의 우는 소리에 수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수경도 자신의 훈육 방법에 정확한 확신이 없었지만 5분 동안 보리를 혼자 있게 해 두었다. 5분 후, 수경은 문을 열었고 보리는 엉엉 울며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이제 안 그럴게요.”
수경은 보리에게 겁을 주어 울리고 잘못했다는 말을 받아낸 것을 깨달았다. 훈육은 실패였다. 보리에게 오히려 더 미안해진 수경은 아이를 꼭 껴안았다.
“보리야, 엄마는 보리를 너무 사랑해. 하지만 네가 위험한 행동이나 나쁜 행동을 할 때는 엄마가 너를 가르쳐야 해. 그래서 때론 혼을 내야 할 때도 있어. 엄마에게 소리 지르고 엄마 밉다 하면 엄마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 그리고 찻길에서 엄마 손 빼고 뛰어가버리는 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야. 엄마가 많이 놀랐고 무서웠어. “
아이의 흐느끼는 몸을 느끼며 수경도 울고 싶었다.
“엄마,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 무서워요 엄마”
아이는 수경에게 안겨 울었고 수경은 보리를 더 꼭 껴안아 주었다. 아이의 우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닦아 주니 보리는 하품을 크게 했다.
‘이 귀한 아이를 품에 안고 입 맞추고 눈 맞추며 사랑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나는 여전히 훈육이랍시고 울리고 말았구나.’
수경은 아이가 필요한 자리에 있어주지 못할 죄책감에 눈물이 났다. 보리의 울음이 잦아들며 수경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보리야, 엄마가 한없이 부족해 미안해. 무엇이 네게 최선인 건지 무엇이 네게 옳은 건지 사실은 엄마도 늘 헷갈려. 엄마는 네게 죄인인데.... 이 어린 널 끝까지 책임도 못 지고 너를 평생 울게 할 죄인인데. 오늘 또 네 작은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구나. 엄마가 미안해. “
수경은 잠든 보리 귓가에 속삭이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