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 교회를 방문하기로 한 일요일 아침, 어쩐지 데이트하러 나가는 젊은 여자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하고 아이들도 신경 써서 옷을 입혔다. 교회에 어린이 성경 시간이 있어 수경이 설교를 듣는 동안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미정의 말이 교회에 방문하겠다는 결정에 도움을 주었다. Ryan에게 주말 동안 가족들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쉬라고 말할 수 있어 기뻤다. 그는 고마워하며 운전해 교회에 데려다주었다. 교회에 들어선 수경은 본관 앞에 서서 인사하던 사람의 안내로 어린이 성경 교실로 갔다. 다행히 아이들을 반기는 선생님과 이미 도착한 또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본 보리와 준은 ‘바이 마미’하며 곧장 달려갔다. 그 모습에 마음이 놓인 수경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 쪽으로 두리번거리며 걸어갔다. 그때, 한 중년 여성이 수경에게 다가왔다.
“혹시 이수경 씨 되세요?”
“아. 네.”
“나 미정이 엄마예요. 수경이가 성가대에 있어 도와주지 못해 헤맬 실 것 같다기에 나와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잘 오셨어요. 오시는 길은 힘드시진 않으셨고요?”
수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어머니의 안내로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들어오며 주보를 가져와 수경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성가대가 일어나 찬양을 시작했고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들고 찬송하는 미정을 발견했다. 찬송이 끝나고 성가대가 자리에 앉자 목사님이 강단으로 올라와 설교를 시작했다.
“오늘의 말씀은 고린도전서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목사님의 설교에 수경은 까닭 없이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12장 12절-13절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침례를 받아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18절-21절 함께 읽어 주세요.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셨으니 만일 다 한 지체뿐이면 몸은 어디냐, 이제 지체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 22절-24절 읽습니다. 그뿐 아니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그런즉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귀중함을 더하사....”
목사님은 잠깐 침묵을 하시고 말을 이으셨다.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 아멘. 주님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작금의 시대에 무너지는 가정, 무너지는 사람을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시키고 다시 살리는 것이 바로 건강한 교회입니다. 광야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강한 교회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교회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이 광야 인생을 함께 걸어가야 될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교회에 한번 출석하면 교회와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되고 교회는 우리의 삶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저는 교회를 통해 앞길이 암울할 때 하나님을 만났고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교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늘 생각하고 기도합니다.”
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리스도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말입니다. 군중 속 고독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합니다. 교회 그리스도의 삶은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홀로 하려다 보니 여러분이 얼마나 지쳤습니까? 얼마나 외롭고 아팠습니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수경은 누가 볼세라 얼른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여러분이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상, 한번 출석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머리 되시는 주님의 지체들입니다. ”
수경은 늘 외로웠기에 목이 메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병과 홀로 싸우는 자기 자신이 가여웠다. 외로웠던 경험을 해봤기에 더 이상 외롭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통해 완전히 홀로 된다는 사실은 수경을 가장 두렵게 만들었다.
“여러분의 모든 생사고락, 여러분의 기쁨도 즐거움도 슬픔도 괴로움도 아픔도 이제는 다른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 안에서 한 몸을 이룬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만 합니다. 꼭 기억합시다.”
죽음의 길은 혼자 걷는 길이라 생각했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걸어가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See you later 이 아니라 완전한 Good bye라는 마지막 인사로 그들을 등 뒤에 세워놓고 홀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목적지도 두려웠지만 완전히 홀로 남겨진다는 두려움이 수경을 가장 힘들게 했다.
“그런 공동체 안에서 Going well, 함께 주님 앞에 나가고 함께 Strong 해지고 함께 능력 있는 삶을, 풍성한 삶을 사는 것이 건강한 교회입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해야 합니다.”
수경은 설교를 들으며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교회라는 곳의 분위기가 이렇게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기대고 싶은 것인가?’
수경은 설교를 듣는 동안, 벽에 있던 십자가로부터 흰 옷을 입고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수경에게로 걸어와 두 손을 내밀었고 수경은 손을 뻗어 그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듯했고 그 손이 이끄는 대로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두려움으로 두근거리던 심장이 차츰 잔잔해지며 고요해졌다.
예배는 마쳤고 미정이 수경을 향해 걸어왔다.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기뻐요. 아이들 데리고 점심 먹으러 가요.”
먹먹한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수경은 미정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어머니예요.” 미정은 수경 옆에 일어나는 중년 여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 아까 헤매는 저를 도와주셔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수경은 미정의 어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목례를 했고 그때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며 수경에게 뛰어왔다.
“얘들이 우리 미정이가 말했던 쌍둥이들이군요. 어쩜 아이들이 이렇게 이뻐요?”
어머니는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고 웃는 모습이 참 꽃같이 곱구나.”
미정의 모녀가 도와준 덕분에 아이들과 편하게 식사를 마친 수경은 아이들 손을 씻기러 화장실로 데려갔다.
“보리, 준이 여기 좋아?”
“응. 너무 재밌어.”
보리가 수경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이제 밥 먹었으니 집에 가자.”
“아냐. 집에 가기 싫어.”
준이가 대답했고 수경은 아이들을 데리고 미정의 모녀가 앉은자리로 돌아왔다.
“수경 선생님. 1시부터는 성경공부하실 수 있어요.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실내 체육관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시간이 괜찮으세요?
수경이 보리와 준이를 쳐다보았다.
“너희들 게임하고 싶어?”
두 아이들이 수경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수경도 미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어머니가 요한복음 성경공부를 주관하세요. 저희 어머니를 따라가시면 돼요. 아이들은 아침에 왔던 그 방으로 가면 되고요. 저는 성가대 연습이 있어서 성가대실에 있을 거예요. 1시간 후에 봬요.”
수경은 그렇게 아이들을 어린이 성경 방으로 보내고 어머니를 따라 성경공부라는 낯선 수업에 들어갔다. 방안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
“원래 두 분 더 계세요. 그런데 오늘 공교롭게도 한 분은 일이 있어 일찍 가시고 다른 한 분은 교회에 못 나오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수경 자매님과 저, 둘 뿐입니다.”
수경은 어쩐지 둘만 있는 것이 편했다. 잠시 만났지만 미정의 어머니의 푸근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기도를 마치고 어머니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교회에 오시게 되었죠?”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던 차에 미정 선생님을 따라 한번 오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복음을 묵상하기에 앞서 수경님이 생각하시는 신에 관한 생각을 나눠 주시겠어요?”
“사실 전 신을 믿지 않았어요. 지배계급들이 사람들을 쉽게 다루려고 교회나 성경을 만들어낸 것 같았죠. 불교, 힌두교, 기독교 모두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인간에 의해 만든 종교요. 하지만 제가 아플 때, 저도 모르게 하나님을 부르고 있었고 그것의 근원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과연 신이 진정으로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원망하고 싶었어요. 왜 내 처지가 이런 지, 왜 나를 끊임없이 아프게 하는 건지 따지고 싶었어요. 원망할 대상이 필요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교회에 나와 그 존재가 있다고 느껴지면 따지고 비난할 생각이었는데 목사님 설교를 들으며 오히려 위로를 받았어요.”
수경은 피식 웃었다.
“수경 씨, 그건 하나님께서 수경 씨께 전해주고 싶으신 메시지랍니다.”
미정 어머니는 예수가 역사 속에 있었던 사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믿음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경은 그 질문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선뜻 대답할 수 없어 잠시 그것에 관해 생각해 보다 말했다.
“제가 믿으면 그것은 제게 사실이 되지만 제가 믿지 않으면 그것은 제게 거짓이 되는 거요?”
미정 어머니는 수경의 대답에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봐요. 법정에서 무엇을 가지고 죄가 되는지를 판단하죠?”
“음... 증인, 증거요.”
“맞아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증거와 증인으로 믿는 거예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다시 부활하신 증인과 증거가 있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믿어요.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 죄를 구원하셨고 우리에게는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믿는 것이에요.”
미정의 어머니는 그 논증에 부합하는 증거와 증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수경은 그 설명들을 진지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사람들이 조작하지 않았나 의심이 밀려왔고 어머니는 성경책 구절을 찾아가며 수경에게 보여 주었다. 수경은 이전에 들어본 적 없던 새로운 사실에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지만 완전히 신을 부정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최소한 어머니가 말해주는 예수와 부활이 납득하기 쉬울 만큼 논리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눈먼 자, 병든 자, 음행을 저지른 자 곁에 계신 주님, 그들을 치료하고 낫게 하신 주님, 죽은 사람까지 살리는 예수님의 행적으로 이루어진 요한복음을 저와 묵상하실 건데요 먼저 이 복음서의 목적이 무엇인지 20장 31절 말씀 한번 함께 읽어볼까요?”
어머니가 성경을 수경에게 내밀자 수경이 그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미정 어머니가 수경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요한복음이 쓰인 목적입니다.”
“생명을 얻게 하려 한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네요.”
“우리의 몸은 살아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죽어 있어요. 하나님과 합이 이루어진 상태가 우리의 영혼이 살아 있는 상태라 일컫는데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은 후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의 영이 분리된 채 태어나게 되었어요. 말씀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을 믿고 자녀가 되면 우리의 인생 여정은 다시 하나님과 합을 이루게 되죠. 비록 육신은 죄로 말미암아 죽을지라도 영은 절대로 죽지 않는 생명을 얻어 영생을 누린다는 의미예요.”
죄, 영생이라는 단어가 수경을 불편하게 했다.
“우리가 지은 죄라는 것이 대체 뭐죠? 전 죄라고 일컬을 만큼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죄인이라는 말이 불편해서요. 저는 나름에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했고 노력했기에 죄인이라는 말은 억울해요. 또, 영생이라는 말은 진시황제의 탐욕스러운 욕심같이 여겨져요. 영생이란 말로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천국을 만들어 하나님을 믿게 하려는 수작같이 여겨져요.”
수경은 순간,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솔직하게 드러낸 것 같아 미정 어머니의 눈치를 살폈다.
“죄송해요. 하지만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하고 싶었어요.”
미정 어머니는 고개를 흔들며 온화한 미소로 수경에게 대답했다.
“하나님도 무작정 자신을 믿기를 원치 않아요. 그렇게 의심과 의문을 가지고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고 그분을 바로 알기를 바라시죠. 그리고 성경에서의 ‘죄’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살인, 강도, 도둑질 같은 것들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하나님이 창조주나 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왕으로 삼는다거나 우상숭배를 하며 하나님을 떠나 살아가는 것. 하나님을 부정하고 믿지 않는 상태가 죄라는 거예요.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뱀의 꾐에 빠져 먹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역전된 것을 인간의 원죄라 말해요. 왕과 종의 자리가 뒤바뀐 거죠. 우리는 아담과 하와의 자손이기에 모든 인간은 그 죄성, simple nature를 가지고 태어나죠. 또, 우상숭배라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예를 들어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는 돈이 될 수도 있고 명예 같은 탐욕이 될 수도 있어요. 하나님이 아닌 세상 모든 것이 우상 숭배가 될 수 있어요. 잘못된 믿음으로 하는 종교 생활도 우상숭배가 될 수 있죠.”
수경은 미정 어머니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영생이란 말이 사기꾼처럼 사람들을 꾀려고 쓴다는 수경님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영생은 영원히 산다는 의미. 즉 세상의 말로는 육체의 영원함을 소원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그런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이 세상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뭔가요? 죽음이죠? 우리는 죽는다는 것을 육체의 소멸로 생각하기에 무섭고 아프고 외롭다고 상상을 해요. 그래서 진시황제 같은 사람은 그 소멸될 육체를 영원히 살리기 위해 노력을 했었죠. 하지만 인간이라면, 생명이 있다면 모든 육신은 소멸돼요. 그 소멸될 육신 말고 진정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육신이 썩기 전에 마음껏 육신이 좋은 대로만 살면 되겠죠. 잘 먹고 잘 입고 말 그대로 잘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하지만 그것이 동물과의 어떤 차이를 만드나요? 또, 인간이 좋은 의식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동물처럼 만족을 하나요? 그것은 육체 너머에 무엇인가 있다는, 즉 인간에게는 영이 있다는 사실이고 우리가 육의 생이 아니라 영의 생에 초점을 둬야 하는 이유예요. 우리의 죽음은 육체가 죽었다고 끝나지 않아요. 반드시 심판이 있죠. 그 영은 예수님을 믿고 말씀을 따르는 영과 그 예수님을 완전히 거부하고 자신이 주인이 된 영으로 구별돼 합당한 심판을 받게 돼요. 영이 살아있게 되면 예수님이 주님이신 걸 알고 그를 모시고 그의 말씀대로 살기에 예수님의 은혜로 의인이라 칭함을 받지요. 천국에 간다는 것이 영생이에요.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영이 사망 상태에 있기에 사탄의 지배하에 놓여 살다가 마지막에 심판을 받고 지옥에서 영원한 사망을 맞게 되죠. 내 영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히 살아갈 것을 알기에 죽음이 무섭지 않아요. 육체는 모두 죽어 이 세상에서는 떠나겠지만 예수를 믿는 것으로 영생에 이른 사람은 꼭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죠.”
수경은 그 말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얼굴로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경을 읽다 보면 극단적으로 여겨지는 단어들이 사실은 그 반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행위를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흰색을 설명하기 위해 검은색이 필요한 것처럼.”
미정 어머니는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렇게 성경을 묵상하며 차차 그러한 의미들을 저와 함께 한번 알아가 봐요.”
이미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기도하고 오늘 이 시간 마칠까요?”
수경은 미정의 어머니를 따라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사랑하는 하나님. 그동안 길을 잃고 헤매던 주님의 어린양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수고롭게 짊어져야 했던 짐을 주님의 귀하신 두 손으로 내려주오시고 주님의 딸을 보듬고 안아주사 위로하여 주오소서.”
그 순간이었다. 수경은 뒤에서 누군가가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미정 어머니가 여전히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수경은 등 뒤로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수경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다시 그 따듯한 손이 그녀의 팔로 미끄러져 내려와 그녀의 등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많이 힘들었지? 내가 다 안다. 내가 너를 한 순간도 떠난 적이 없었다. 네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네가 어떠한 생각과 마음으로 네 인생을 살아왔는지 내가 다 보았다. 너의 눈물, 너의 한숨, 너의 땀 모두를 기억한다, 내 딸아. 너는 혼자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나는 너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기대어라. 그 무거운 짐을 벗고 내 어깨에 기대어 쉬어라. 편안하게 자거라. 네가 잠든 동안에도 나는 네 곁에서 너를 지키리라.’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에 수경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미정의 어머니는 기도를 멈추고 수경을 바라보았다. 수경은 눈을 감고 손을 모은채 온 얼굴이 젖도록 울고 있었다. 미정의 어머니는 다시 눈을 감고 수경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내 딸아. 나는 네게 가장 좋은 걸 주기 위해 여기에 너와 함께 있다. 나는 너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수경의 귓가에 너무도 생생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울던 수경은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 앞에 앉아 기도하던 미정 어머니의 존재,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의 존재. 처음 온 낯선 교회와 성경 공부실. 수경이 놀라며 눈을 떴고 빨갛게 상기된 눈동자가 미정의 어머니의 눈과 마주쳤다.
“죄. 죄송해요.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미정 어머니가 그녀 특유의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로 수경의 두 손을 잡았다.
“이제 예수님을 믿을 수 있겠어요?”
수경은 알 수 없는 이 분위기나 공간이 만든 착각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을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던 팔과 생생하게 들리던 그 음성에 반응해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울었던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 수경은 미정의 어머니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왠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며 울먹이며 말했다.
“믿어요.”
하지만 그것도 마음에 차지 않아 더 큰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할 때에도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과 영원히 함께 해 주실 거라는 걸 믿어요. 주님이 내 아버지라는 사실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