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당신은 누구입니까?

by Momanf

아프고 나서 얼마 후, 우연히 길을 걷다 갤러리에 걸린 겨울나무 사진을 보았어요. 나뭇잎이 다 떨어져 나간 앙상한 나무의 민낯 앞에 경탄하며 그 자리에 우뚝 선 일은 과연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잎사귀까지 떨어진 그 벌거벗은 나무의 매끄러운 나무동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그 자리에서 그 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봄에는 싹이 트는 것을 바라보며 생명을 찬양했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뻗은 장대같이 서있는 나무를 보고 풍성한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황혼의 가을이 오면 자연적으로 물드는 색감에 넉을 잃고 바라보다 떨어진 낙엽을 책갈피로 쓰기 위해 줍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생동감을 잃어버린 채 서 있는 그 겨울나무에게 어쩐지 숙연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겨울나무를 볼 때,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죽은 나무라 치부하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아무런 치장도 걸치지 않았지만 표면이 부드럽고 가지가지 곧게 뻗은 말쑥한 나무의 모습에 압도당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딱 두 글자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존재’

나무가 내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니?”

나는 그 질문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습니다.

내 소유라 여기며 나를 치장했던 물건이 내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가진 집과 차가 내가 아니었습니다.

내 이름과 내 나이, 내 국적이 내가 아니었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친구가 내가 아니었습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분이나 성격이 내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도 내가 아니었습니다.

나라고 드러내던 것들이 그저 봄, 여름, 가을에 저 나무 민낯 가지 위에 치장되던 나뭇잎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나뭇잎 한 장마저 떨어져 나간 후, 적나라게 드러나는 내 모습이 진짜 나였습니다.

죽을 때 내가 갖고 갈 수 없는 것들이 온통 그 떨어진 나뭇잎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삶이 끝나는 순간 나는 어떤 민낯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그날 그 갤러리 앞에 전시된 나무 사진 앞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내 삶은 그 존재를 향해 민낯으로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마침내 내가 누구인지 그 나무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은 끝이 났다.

파티도 끝났다.

사람들은 떠났다.

Ryan과 아이들. 그리고 수경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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