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집에 있다는 것은, 가족이 모두 함께 집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부재를 경험한 아이들은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아이들을 연신 흥얼거리게 만들었고 춤을 추게 했다. 놀다가 엄마를 향해 미소를 짓게 했으며 수경에게 다가와 몇 번이나 그녀를 안아주거나 입을 맞추어 주었다. 아이들은 감사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수경이 가족들 밥 위에 맛있는 음식을 올려 주었고 아이들도 수경을 따라 그렇게 했다. 저녁 식사 후, 부모는 아이들의 몸을 씻기고 닦아 주며 정성스레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려주었다. 아이들도 부모에게 안기고 부모의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How’ s your feeling, Sukyeong? You feel OK?” (당신은 몸이 어때? 괜찮아?)
Ryan이 수경이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물었다.
“I feel really good. I think I got a lots of energy from you guys.” (나 정말로 좋아. 내 생각엔 당신과 아이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었나 봐.)
“That’s really good.” (정말 잘됐다.)
Ryan은 그녀의 대답에 안도하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모두 잠옷으로 갈아입고 수경도 아이들과 평소에 잠들던 자기 자리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이들은 침대 곁에 있는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보기 시작했다. Ryan은 베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I want to sleep with you guys tonight, too.” (나도 오늘 밤 너희들과 자고 싶어.)
아이들은 그 말에 기뻐했다. 얼른 보리가 Ryan의 베개를 잡아채 수경 옆에 베개를 놓았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강아지 시월이도 침대 위로 올라와 수경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Ryan도 수경 옆에 앉아 수경의 어깨를 감싸 안고 책을 보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엄마. 책 읽어줘.”
준이 책장에서 Bambi 책을 꺼내와 수경에게 내밀었고 혼자 책을 뒤적이던 보리도 그 말에 수경에게 다가왔다.
“어. 그럴까?”
“I will read a book.” (내가 책 읽어줄게.)
피곤해 보이는 수경을 보며 Ryan이 말했고 수경은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엄마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앉았다. 수경은 책을 읽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듣는 엄마 목소리에 빠졌다. Ryan도 보리에게 수경 옆자리를 내주었지만 아내의 발을 주물러 주며 이야기를 들었다.
책을 다 읽은 수경은 아이들을 보며 물었다.
“보리 준이 엄마가 예전에 말해 주었던 생각 주머니 기억나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굴까?”
보리와 준이 손을 들었다.
수경이 Ryan에게도 영어로 질문했다.
“Who loves mommy the most?” (누가 엄마를 가장 사랑하지?)
Ryan도 재빨리 오른팔을 높이 들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자기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이 재미있는 듯 Ryan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Mommy’s thinking pouch would go to your heart, too honey. It will live in your heart forever. Sometimes, I am with you when you poo poo.”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당신의 마음에도 들어갈 거야, 여보. 그것이 당신 심장 안에서 영원히 살 거야. 때때로, 내가 당신 똥 눌 때도 함께 할 거야.)
보리가 수경의 머리에서 생각주머니가 나와 Ryan의 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손으로 보여주었다. Ryan은 가족 여행 때, 미정에게 전해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That’s right, Sweetie. That’s what we believe. Mommy will live in our hearts forever.” (맞아, 보리야. 우리가 믿는 게 그거야. 엄마는 우리 심장에서 영원히 살 거야.)
Ryan이 수경에게 윙크하며 미소를 지었고 수경도 고개를 끄덕였다. Ryan은 수경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하루 종일 수경의 컨디션이 걱정되었던 Ryan은 시계를 확인했다.
8시 15분.
“OK. It’s time to sleep, everybody.” (자, 모두 잘 시간이야.)
Ryan은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책을 책꽂이에 집어넣으며 말했고 아이들은 수경의 옆에 누웠다.
“Sweet dream. I love you so much.” (좋은 꿈 꿔. 너무 사랑해.)
Ryan은 아이들에게 입을 맞추며 굿 나이트 인사를 했고 수경에게도 입을 맞추었다.
“I love you, Sukyeong. Sweet dream.” (사랑해, 수경. 좋은 꿈 꿔.)
Ryan이 스탠드 불을 껐다. 서로 자리가 조금 좁긴 했지만 함께 살을 맞대고 누우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강아지 시월이는 수경의 머리맡에 누웠고 수경은 시월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경과 아이들도 Good night 키스를 나누며 서로를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Ryan은 보리의 머리 위로 수경의 손을 잡았다. 수경도 Ryan을 마주 보며 나직이 “I love you.”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양쪽에서 수경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가족이 함께 잠들 수 있는 밤이 당연하지 않음에 모두의 마음은 감동과 감사함으로 채워졌다. 수경이 아이들의 배꼽을 만지며 말했다.
“엄마가 방금 엄마 배꼽 누르면서 우리 아이들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여기로 잘 전달이 되었나요?”
아이들은 간지러워 까르르 웃으며 몸부림을 쳤다. 아이들은 자신의 배꼽을 누르며 “ 엄마 사랑해” 하고 말했다. 수경도 자신의 배꼽을 누르며 말했다.
“알았다. 오버. 엄마도 보리 사랑해. 준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엄마.”
가족은 또 한참을 서로를 안고 입을 맞추며 웃었다.
“잘 자, 엄마의 예쁜 아이들아. 매일 밤 잠이 들면 엄마는 네 꿈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너희들을 만날게. 스치는 바람으로 너희들을 만질게. 엄마는 너희들 심장에서 영원히 살아갈 거야.”
수경은 아이들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Ryan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Ryan, Thank you that you are my husband and my kids’ father. You are the best man in my life.” (Ryan. 당신이 내 남편이고 내 아이들의 아빠라 고마워. 당신은 내 인생에 최고의 남자야.)
Ryan은 수경의 말에 몸을 일으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Sukyeong. I will never stop loving you. Sweet dream, and see you in the morning.” (수경.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야. 좋은 꿈 꾸고 아침에 만나자.)
어둠이 짙어질수록 아이들이 하나 둘 잠이 들며 고요해졌고 수경과 Ryan은 아이들의 잠든 숨소리를 한참 들었다. 조금 지나 수경이 잠들었고 Ryan은 수경의 숨소리에 마음을 놓았다. 수경이 오늘 밤만은 아프지 않기를, 가족들과 오랜만에 잠든 이 밤만큼은 그녀가 몸과 마음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Ryan도 잠이 들었다. 새벽녘 준이의 몸부림에 눈을 뜬 Ryan은 습관적으로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4시 40분.
새벽이라 아직 주위는 어두웠고 Ryan은 몸 부린 친 준이를 다시 베개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어슴푸레한 새벽빛에 비치는 수경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주 편안하고 고요하게 잠든 모습이었다. Ryan은 무사히 하룻밤 고통 없이 잠든 그녀를 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수경의 손을 잡았다.
Ryan의 손 안에서 수경의 손이 아무 힘없이 미끄러져 내려 털썩 떨어졌다. Ryan은 놀라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수경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수경의 심장에 손을 갖다 대고 그녀의 코 앞에 귀를 대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고 숨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가족이 모두 잠든 사이 사냥꾼이 들어와 그녀에게 총을 쏘았다.
Ryan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매만졌다. 아직까지 그녀에게 따뜻한 온기가 머물러 있었다. 강아지 시월이가 그녀를 깨우려고 노력하듯 그녀의 볼을 핥았다. Ryan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고 천천히 그녀의 머리부터 뺨과 입술을 쓰다듬고 그녀의 팔과 다리와 발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마지막 온기를 자신에게 담았다. 그리고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이들이 깰까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11월 1일 새벽 4시 40분 아니. 아마 그보다 조금 전,
의사가 약속했던 6개월 중 1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자기 생에 가장 사랑했던 아이들과 남편, 강아지 시월이와 간밤에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