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목사가 일어나 말을 시작했다.
“지난주 미정 자매에게 교회에서 이 파티에 관한 소식과 수경 자매가 세례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기도를 하는데 계속 수경 자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축복으로 여기지만 정작 죽음을 위한 파티를 여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 기발한 생각이 영감이 되어 주님께서 제게 주신 말씀은 이 날 세례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하나님 성전인 교회에서 세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교리와 원칙이 진정 주님이 원하시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과 기도 끝에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각 사람은 교회이기에 이곳이 교회라고 생각하고 오늘 이수경 님의 세례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세례에 앞서 이수경 자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미정은 목사가가 세례에 쓸 물을 준비했고 수경은 목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믿습니까?”
“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사람을 창조하신 사실을 믿습니까?”
“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 주신 것을 믿습니까?
“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나의 모든 죄를 깨끗하게 하시고 구원하신 사실을 믿습니까?
“네.”
“예수님이 내 모든 죄를 용서해주신 줄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회개와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당신의 옛사람을 주님과 묻고 새사람이 주님과 함께 부활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래서 이 세례는 성부, 성자, 성령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시행합니다.”
목사님이 물을 손으로 떠 수경의 머리 위로 부었다. 머리로부터 상체로 물이 흘러내렸고 수경은 눈물을 흘렸다.
“기도하겠습니다.”
모두들 눈을 감았고 목사는 수경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성령과 물로 세례 주시는 주님, 세례의 은총으로 불러 주심에 감사드리옵니다. 오늘 이 세례 예식을 통해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이제는 죄의 종노릇 말게 하옵시고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성령을 좇아 살아가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이수경 자매에게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더해 주시어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목사님. 저의 유별남이 목사님을 이곳까지 오시게 했네요.”
수경은 일어나 목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목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덕분에 저도 주님을 제 생각의 한계에만 집어넣고 목회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뜻깊은 날에 수경 자매에게 세례를 할 수 있게 되어 무한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자매님과 늘 함께 해주심을 잊지 마세요.”
미정이 그 사이에 목사가 가져온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제가 교회 성가대에 있어서 다시 태어나신 수경 자매를 위해 찬송가를 불러 드리고 싶어요.”
수경은 미정에게 미소로 답했고 촛불을 껐다. 사람들은 다섯 번째 케이크의 촛불이 꺼지자 더 크게 손뼉 쳤다.
“주품에 품으소서. 능력의 팔로 덮으소서. 거친 파도 날 향해 와도 주와 함께 날아오르리. 폭풍 가운데 나의 영혼 잠잠하게 주 보리라. 주님 안에 나 거하리. 주 능력 잠잠히 나 믿네. 거친 파도 날 향해와도 주와 함께 날아오르리. 폭풍 가운데 나의 영혼 잠잠하게 주 보리라. 잠잠하게 주를 보리라.”
모두들 미정의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쳤고 수경은 미정을 안았다.
“고마워요. 정말.”
“하나 더 남았어요.”
미정은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TV에 꽂았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수경의 글을 배경 화면과 음악을 넣어 영상으로 제작해 둔 것이었다. 영상이 흐르기 시작했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