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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Apr 29. 2023

75. 소화할 수 없는 얘기에 침묵하라

어른들이 이래서 어른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보스턴에서 BSF 리더님을 만났는데 그녀가 여동생과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섭섭한 것들이 두 자매를 끊임없이 싸우게 해 한번은 솔직하게 마음을 다 터놓자고 말했단다.

동생은 그동안 이것저것 리더님께 서운했던 것들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 말을 듣는 리더님은 억울하기도 했고 참 자기의 노력이 부질없었구나 했던 서운한 마음이 밀려와 몇 번이고 말을 가로막고 자기변명을 하고 싶었다. 억울하기까지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씀을 찬찬히 전해 들으며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자기의 말은 동생처럼 쏟아붓지 않고 간직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동생이 한 말은 주님과 씨름하며 자기는 어떻게든 소화하고 거를 건 거르고 듣고 버릴 건 버릴 수 있겠지만 동생이 과연 자신의 말을 듣고 소화를 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고 동생은 소화할 수 없겠다 결론을 내리셨단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돌아왔을 때, 리더님은 자신은 특별히 서운한 건 없고 앞으로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잘 지내보자고 하고선 전화를 끊었단다.

그리고 자기도 사람인지라 서운해지지 않기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 해오던 모든 것들을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하셨다.


리더님의 말씀 중에서 나는 소화할 수 있지만 상대는 소화를 못 시킬 것 같아 말을 삼켰다고 하신 말씀은 내 머리를 강하게 친 것 같았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자리에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 왔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 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과 똑같이 잘잘못을 따지고 들려하지는 않았나?

내 믿음이 깊어짐을 느끼면서도 같은 선상에서 공평하다고 느끼는 자리에서 싸우려고 하진 않았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어른과 아이가 싸우면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누구의 잘못인가? 맞대응해 싸우는 어른이 잘못했다고, 어리석었다고 모든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


주를 아는 신자들도 그렇다.

최소한 영적으로 눈을 뜬 사람은 영적으로 눈먼 장님보다 어른이다. 하지만 똑같이 잘잘못을 시비하고 따지고 싸운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하나님을 알고 용서가 무엇인지를 알고 어떤 용서를 받은 지 아는 우리가 어리석고 잘못한 것이다.

우리는 상대의 어떤 말을 주님 안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내 혀에서 나오는 죄성은 주님을 모르는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해하기도 힘들며 인간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믿는 사람인 나로 인해 그 사람이 예수님께까지 실망할 수도 있다. 예수를 믿는 자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고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게 된다. 그러면 그가 믿는 예수까지 미워지게 되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는 오늘날의 내 책임감의 무게가 여기에 있다.

내가 주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나는 영적으로 눈뜬 사람이고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솔직하게 내 죄성을 드러내면 안 된다. 오히려 성숙한 어른이 아이들을 잘 다루듯 지혜를 이용해야 한다. 똑같이 싸우려 들려고 하면 안 된다.

그동안 어린아이와 똑같이 싸우던 무지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성경을 읽고 주님을 묵상하며 믿음이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믿음이 약한 자에게 내 모든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떠벌려왔던 내 죄를 회개한다.

나를 통해 좋으신 좋으신 주님을 보지 못했다 생각하니 사람들을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다른 사람의 모진 말과 내가 내뱉고 싶은 말을 삼키고 주님께 들고나가 소화시켜 달라고 기도하자. 거르고 버릴 것은 똥처럼 버리고 내게 유익한 부분을 영양분으로 삼고 주님의 사람으로 성숙한 영적인 눈이 뜨인 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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