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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anf Jul 13. 2023

79.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내 일상에 편안해져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은 것,

또 하나는 내가 속한 그룹에서 벗어나 나와 맞는 그룹을 찾아보는 것.


나는 30년 동안 한국, 그것도 대구에서 살았다. 

부모에게서나 어른들에게서는 항상 문제아였고 돈을 모르고 헤프게 쓴다고 야단맞고 하나를 제대로 못해 이것저것 손대고 정서가 불안한 아이라고들 이야기했다. 솔직한 것 때문에 욕먹기 일쑤였고 애쓰고 사니 적당히 좀 하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나도 내가 문제가 많은 사람, 이것저것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지면 또 다른 목표를 세워가며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세상을 보여줬고 B is OK, You don't need A+를 가르쳐 준 사람이다.

한국을 벗어나 세상 구경을 하고 외국인들을 만나니 내 수다스러운 성격이 환영을 받았다. 그래서 서른 살 넘어 나는 영어를 더 잘하게 되었다. 외국친구들을 만나니 내 솔직한 성격이 사람들한테 매력이라는 칭찬을 많이 받았고 이것저것 해 봤던 내 경험이 값진 것들이라고 말해 주었다. 고생하고 산 삶은 한국에서 박복하거나 부모복 없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낸 강한 여자라 자랑스럽다고 했다.

완전히 뒤바뀐 반응이었다.


그리고 나는 10년 넘은 두 집 살림 끝에 4년 동안 미국에 정착 중이다.

이곳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재밌는 한국 친구로 통한다. 

내가 속한 한국이라는 그룹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오고 보니 이 그룹이 내게 맞는 그룹이었다. 

내 30년 지기가 예나 지금이나 내가 변한 것이 없어 좋다고 하니, 내가 변한 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사회가 변하니 나는 여기서 좋은 사람, 사랑받고 환영받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많은 경우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사회가 말한다면 그 개인이 속한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맞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에게 비정상이라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맞는 사회에서는 너무 재밌고 매력적이다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내게 맞는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은 너무 편안하고 우아하게 살 수 있다.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일상이 편해 머무르면 또 고인 물이 되어 근시안적으로 시야가 자꾸 변해감을 느낀다.

그래서 일상을 또 탈출해 본다. 매일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 짜여있던 일상과 스케줄들에서 벗어나보면, 매일 마주치던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집착을 하다가 떠나보면 그것이 다 허무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내 앞에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만 남게 된다.

일명 가지치기인 셈이다.


나는 평생 여행할 것이다. 

물리적인 여행뿐만 아니라 마음 여행도 열심히 하며 살아갈 것이다.

내 인생을 전부라고 여기면서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여행자로 왔다는 사실. 그것을 매일 인식하며 내가 왔고 돌아갈 집은 예수님이 마련해 두신 그 집임을 잊지 않도록 평생 이 세상에서 여행만 하다가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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