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책 한 장이 내가 살아가야 할 일상
예레미야서가 끝났다. 페이지는 1142.
이 얇디얇은 박엽지 창세기 1장, 1페이지를 시작할 때
이 많은 걸 언제 다 1년 안에 읽나?
얇은 한 장에는 빽빽한 말씀이 가득한데
1장 읽어내는 것도 힘든데 언제 다 읽나?
계획표를 짜두지도 않았고
그저 묵묵히 빠지지 않고 읽히는 대로
읽어 내려가며 묵상했던 성경 말씀들
어느새 성경책은 읽은 페이지가 읽지 않은 페이지 보다 더 넘어가 있다.
박엽지 한 장이 일상인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무엇인가 자꾸 계획하고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얻기만 하려고
매일 읽는 한 장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끝까지 읽는데만 마음을 두고
여러 장 빠르게 빠르게, 할 일에 쫓기는 사람처럼 해치웠다.
읽고 난 뒤의 계획은 내년 되면 다시 1장부터 시작하기 뿐인 것을.
그저 1년에 성경 한 권의 목표만을 위해 달린다.
성경책을 그저 문자 책으로, 죽은 글자로 만든 것은 나
성경 책 안에는 살아있는 말씀이 있다.
그 말씀이 매일의 양식이 되고 생수가 된다.
먹고 소화하고 먹고 소화하는 것처럼
매일 꼭꼭 씹어 잘 먹고 잘 소화시켜야 하는 음식이다
계획하고 여러 장을 한꺼번에 대충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곱씹은 말씀이 생명이 되어 지혜를 갖고 살아가는 것
그 얇은 한 장 한 장 매일 묵묵히 그저 곰곰이 읽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
그 하루하루를 말씀처럼 살고 생각하고 해석하고 연습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되고 그 일상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것을
목적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처음이자 마지막은 주님이 정해져 놓은
창세기에서 요한 계시록.
내가 할 일은 매일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말씀을 양식으로 먹고 일상에서 에너지로 쓰는 것
그것만이 내가 집중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