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 친구와 함께 남편이 잡아준 애틀랜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한인 동네에 들러 마사지를 받고 저녁 먹은 후, 체크인하기 위해 호텔로 느지막하게 들어갔다.
남편의 포인트로 예약한 곳이라 남편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아내인 내 이름으로 함께 부킹 해두었다고 언급한 후, ID카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IHG에 Indigo 호텔은 소속되었지만 포인트로 예약한 경우 당사자가 아니면 방을 줄 수 없다고 하며 다른 호텔에 가서 방을 알아보라고 했다.
나는 그 흑인 아주머니가 다른 호텔에서 방을 알아보라고 한 것에 기분 나빴고 IHG 그룹에 번듯하게 소속되 있다 광고를 해놓고는 자기들의 policy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여자가 미국 남편의 이름으로 예약을 한 3명의 동양 여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여자는 매니저와 확인해 보겠다며 전화를 했고 나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화를 끊은 여자에게 내 전화를 내밀며 남편과 통화해 보라 하니 내 전화기로 통화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통화를 원하는데 그럼 어떻게 두 사람이 대화하길 원하냐고 하니 호텔 명함을 내밀었고 나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며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원래 방을 해주지 않지만 자기가 도와주겠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 사이 호텔 전화벨이 울렸고 남편인 것 같다고 전화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전화를 받으라고 하자 그녀는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며 내 태도가 너무 불쾌하다고 화를 냈다. 나는 남편이 통화하고 싶다고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를 한 것뿐인 것을 설명하는데 그녀는 거듭 불쾌하다며 “내가 도와주길 바라냐? 아님 당장 이 호텔에서 나갈 거냐? ”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나는 손님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화를 내고 오히려 나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내 친구들에게 방을 주려고 했는데 흥분해 난리 치는 나 때문에 도와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행동은 주객전도가 뒤바뀐, 원래 방을 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내게 주기로 했으니 내가 그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조용히 그녀의 말과 지시를 따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나는 그 손님을 대하는, 또 내가 몰래 숨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남편이 예약을 나와 그의 이름으로 동시에 해줬기에 ((나중에 확인했지만 절차적으로도 내게 별 문제없었던) 예약을 그녀에게 부탁하는 태도로 쩔쩔 매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기 호텔 규칙상 나를 도와줄 수 없으니 몇 번이나 다른 호텔로 가라는 말을 몇 번 들었고 그런 행동은 분명히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일단 조금 진정하기 위해 속으로 주님께 마음을 붙잡아 달라고 기도하며 데스크 앞 소파에 앉았다.
남편은 결국 나를 그렇게 취급하는 직원의 태도에 분개하며 회사에 전화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남자 직원에게 내 욕을 하는 것이 보였다.
곧 호텔에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나도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아 사과를 받았다. 회사에서 방이 준비되었으니 프런트 데스크로 가라고 말했고 나는 그녀가 부르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프런트 데스크 여직원은 어디론가 자리를 비웠고 내가 상황을 말하자 전화 건 회사 직원도 믿을 수가 없다며 나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회사에서 다시 호텔에 전화했고 나는 친구들도 기다리니 더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데스크로 갔다.
그녀와 나의 팽팽한 신경전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게 방을 주었고 나는 포인트로 조식을 부탁했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줄 수 없어 그냥 포인트로 돌려주겠다는 완강한 대답만 들었다. 나는 포기했다.
듣는 사람이 이해하거나 말거나 호텔 안내 사항을 전달하는 그녀에게 또 짜증이 났다. 내가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하자 그제야 그녀는 조금 누구러진 태도로 음악이 커서 안 들리는 점을 사과하며 다시 설명했다.
그때 이렇게 직원에게 화를 나고 있는 내 자신에게 질문했다.
‘하나님의 자녀라면서 내가 어떻게 이러고 있는가? 세상 사람과 구별되는 모습인가?’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내게 뭐라든 나는 친절한 태도를 보일 순 없었나?’
나는 내 행동에 후회를 하기 시작했고 열쇠를 받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가방을 두고 내려와 어쨌건 사과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상대가 어쨌든 불친절했던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짐을 내려놓고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곧장 로비로 가서 그녀에게 “사과하기 위해 내려왔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사실 이방인으로서 이리저리 무시당하고 눈치 보는 스트레스가 쌓여서였는지 당신의 태도가 나를 아시아여자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내가 다혈질이기도 해서 화를 냈었다고 사과했다.
당신의 일을 존중하기에 당신의 말을 존중하며 들었어야 했는데 존중하지 못한 것에 사과한다 말했다.
내 태도에 자괴감이 든다는 말과 함께 무엇보다 나는 크리스천인데 예수님이 나를 이렇게 가르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늘 이 일은 내게 앞으로 잊지 못할 인생 교훈이 되었다고 하니 그분에게도 레슨이 되었다고 말하며 자기가 53살인데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 좀 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함께 이렇게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네가 왜 여기 내려왔는지 알아? 네 마음속에 Christ 때문이야.”
나는 이 말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 인생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녀는 나를 안아도 될까?라고 했고 나는 물론이지 하며 우리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를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니 그녀가 호텔에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물었고 예수님 안에서 자매 된 친구들과 여행을 온 것이고 호텔 근처 Spire 빌딩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당신의 일을 더 존중할 수 있어야 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름을 물었다.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그녀의 이름은 Nicole이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뭉클해졌다. 내 영적 자매인 내 친구며 우리 교회 사모님인 Nicole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친구들이랑 마시라고 물 3병을 챙겨주었다.
나는 감동받아 거의 울먹이며 물을 안고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로비에서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자 친구들은 내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이 사건은 내게도 큰 가르침을 주었다.
내 안에 성령이 계시기에 이 기분 나쁘게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또 나에게나 그녀에게 이 사건은 큰 교훈이 되었고 함께 있던 내 친구들이나 내 남편에게도 큰 울림이 되는 일화가 되었다.
갈등으로 보이던 이 나쁜 사건으로부터 두 사람이 앞으로 잊지 못할 교훈을 배운 것을 통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내게 파트너가 아닌가? 마라톤을 하면 옆에서 이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나 복싱에서 상대 선수 같은...
이 훈련을 통해 나의 기강을 끌어주고 나의 지경을 넓혀주고 실력을 끌어올리는 나의 파트너.
내가 소위 적이라 불렀던 이 사람들, 나와 갈등을 겪고 나를 힘들게만 하는 사람들을 운동 파트너, 나의 믿음 성장을 위한 훈련 상대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으로 미워하던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더 이상 미운 마음 보다 그들이 내게 상처 줬던 말이나 행동이 떠올랐다. 그 시간을 통해 아파한 만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상처를 통해 내가 성장했고 나는 성숙해져 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더 이상 악연의 관계는 없다.
이제 인연과 악연의 구별이 의미가 없다. 어떤 관계이든 하나님이 보내주신 자이며 하나님이 만든 하나님이 사랑하는 나와 똑같은 하나님의 자식임을 깨닫는다.
그러니 모든 인연이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