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 마라톤 참여하겠다고 신청서를 내놓고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달리는 것은 쉽지 않더니 30일을 매일 해도 적응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5K 달리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먼저 나는 우리 동네와 옆 동네 조금 달리는 코스를 만들었는데 크게 3구간으로 나뉘었다.
처음에 스트레칭을 하고 조금 걷다가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1구간은 일단 멀리 보고 달리기 시작한다.
나한텐 가장 힘든 게 이 구간 1 부분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본다고 이렇게 달리러 나왔을까? 오늘 35분 정도 달릴 수 있을까? 오늘 힘들면 뛰다가 조금만 뛰고 가야겠다' 뭐 별에 별 생각이 다 들고 항상 처음 달릴 때 몸이 무거웠다.
그러다 한 10분쯤 뛰면 이제 점차 그런 생각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16분간 그냥저냥 뛰게 된다.
그리고 2구간은 약 8분 정도 소요되는데 이 구간부터는 할까 말까? 힘들다 어쩐다 하는 생각이 덜 들기 시작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고 짧은 오르막길이 세 군대가 있는데 이곳이 좀 힘들어 늘 속도가 떨어진다.
마지막 3구간은 가장 가파른 오르막 길이 많은 구간이고 12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을 뛸 때는 아예 멀리 보기를 포기하고 내가 뛰는 곳 바닥만 보고 뛰면서 팔 흔들기에 집중한다. 그러면 어쩐지 팔이 다리를 당겨주는 것만 같다.
오르막 길이 너무 많아 너무 지쳐가지만 땅을 쳐다보고 팔을 흔들며 뛰다 보면 2구간 보다 어쩐지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잘 뛰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이 세구간과 달리기가 꼭 한 사람의 인생의 모습과도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이 삶의 여정이 아무리 혼자 뛰는 것만 같아도 내가 뛰는 곳을 만들어주신 분이 하나님이고 이 오르막 내리막 이 인생 여정을 이미 계획해 놓으셨는 것이 자명해진다.
그래서 혼자 뛰는 것 같아도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늘 함께 계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주님이 계획하신 인생길을 우리 동네 코스라 생각하고 배운 깨달음은 이와 같다.
1. 1구간은 미성숙한 내가 이제 인생을 본격적으로 뛸 때, 많은 계획과 꿈이 있고 많은 생각들이 있다. 힘들고 두렵게 여겨져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도전을 아예 시작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목표도 세우게 된다. 하지만 10분 이상 뛰면 그런 생각들이 점차 사라지듯 힘들게 뛰다 보면 그런 숨이 차고 몸이 무거워 일단 버티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냥 살아가다 보니 그 많던 꿈도 계획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조차 있고 계속 인생길을 뛰어가게 된다. 작은 오르막 길 하나가 나올 때, 힘겨워서 속도가 붙지도 않고 거의 걷다시피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래도 뛰어왔던 게 있어서 그냥 뛴다. 그냥 살아가게 되는 것처럼.
2. 2구간은 조금 속도가 붙는다. 내리막길도 있어서 뭔가 쉬어가는 느낌도 들고 평지도 많아 뭐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계속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1구간에서 한 번 나왔던 오르막 길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 구간 정도의 오르막 길이 있는데 어쩐 일인지 네 구간을 지나는 동안 오르막 길에 적응되어 가는 나를 보며 더 이상 오르막 길이 두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때부터는 오르막길이 나오면 멀리 보지 않고 곧장 바닥을 보고 내 눈앞에 있는 땅만 바라보며 뛴다. 그저 매일 일상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조금 힘든 일이 있어도 일상에 충실하고 일상에 감사하며 허덕이기는 해도 긴 오르막 길, 다시 말해 긴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는 대신 일상을 살아나는 데 집중한다.
3. 3구간은 정말 거의 가파른 오르막 길 밖에 없는 길이다. 그런데 2번의 긴 내리막길이 있어서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되며 이 내리막 길을 뛸 때의 바람이 특히 감사하고 기쁘다. 물론 반대로 이 내리막 길을 돌아올 때가 가장 힘들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이제 집으로 돌아가 물 마시고 쉴 수 있다는 희망, 또 오르막 길을 앞서 연습한 덕분에 땅을 보고 더 일상을 살아내는 데 충실하며 내리막 길에서 무한한 에너지와 감사를 얻는다. 그 충만함으로 나머지 오르막길을 다 뛸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흥미로운 건, 가장 힘든 구간인데 속도가 줄지 않고 잘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이 때는 팔도 더 흔들어 다리에게 에너지를 더 공급해 준다.
팔을 흔들면 다리도 더 잘 당겨지는 느낌이 과학적으로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6-7개의 오르막 길을 뛰면 고지인 내 집이 보이고 그때 정말 다리에서 더 힘이 난다.
그렇게 매일 3.20 mile 정도를 뛴다.
이 마지막 구간은 우리 인생의 마지막 구간이라 앞서 달려온 경험과 오르막 길 같은 고난을 통과하며 근육이 생기고 힘든 일에 노하우가 생기고 여유가 생겨 가장 힘든 시기를 맡는 중년, 말년이 되었을 때, 오히려 일상에 감사하고 충실하게 살며 멀리 고난의 오르막길을 일부러 보는 대신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으로 살 수 있다.
이것이 믿음의 여정과 우리 인생 여정과 너무도 닮았다.
또 이것은 각자의 페이스가 다르다는 인지와 그래서 우리가 뛰면서 보는 사람들이 이제 막 시작했는지 오래 뛰면서 다시 돌아온 길에서 만난 사람인지를 모른다. 그러니 비교할 필요도 없고 왜 저렇게 못 뛰냐, 잘 뛰냐는 등의 판단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나 인생 경험이 얼마만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못 뛰는 사람은 그만큼 인생 경험이 부족한 이제 막 뛰는 사람인데 가파른 오르막 길을 만난 사람일 수도 있고 잘 뛰는 사람은 오랜 시간 많은 경험으로 뛴 사람이기에 수월해 보이는 것뿐이다.
각자가 개인의 삶이 있듯 우리는 각자의 페이스가 있고 이것은 결코 비교될 수가 없고 그저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뛰면 된다.
자기 인생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 목적을 보고 뛰어가는 것. 그때까지 뛰는 것.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