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 화에 대해

화를 제대로 알아가기

by Momanf


어제 화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이번에는 화가 났지만 그 과정을 분석하고 생각하고 무엇을 배우고 상대를 이해하고 잘 해결하고 해소했다 싶어 기분이 좋았다.

나는 기분 좋게 아이들을 차에 태워 마트로 향했다.


블레어가 코가 나온다고 해 얼른 블레어에게 휴지를 주느라 뒤로 고개를 돌리는데 뒤차에서 6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자신의 차 안에서 내 차 사진을 찍는 게 언뜻 보였다.

나는 동영상 통화를 했나? 자신을 셀카 했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다 약국에서 나오려는 차를 양보하며 가는데 뒤차가 경적을 울렸다. 그때까지도 영문을 모르고 가다 내 앞 2대의 차량 앞에서 빨간불로 바뀌어 차를 세우니 뒤차가 경적을 또 울렸다. 백미러로 보니 Fuck you라고 욕을 하며 또 내 차 사진을 찍고 화난 듯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행동을 했다. 나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어 백미러로 물끄러미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내가 천천히 가서 화가 났나? 내가 신호를 받아 화가 났나? 내 앞에는 2대의 차가 더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내가 다른 차를 내 앞에 끼어들게 해서 그런가? 무슨 사정이 있겠지 무슨 급한 일이 있다거나. 그런데 나는 정말로 제 속도로 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고 파란불이 바뀌어 직진했고 마트로 향해야 했기에 좌회전하려고 옆으로 가며 창문을 열었더니 그 여자가 경적을 크게 울리며 욕을 하는 것 같더니 쌩 지나쳐갔다. 황당했다. 그 말 밖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그 순간 저 여자는 트럼프 추종 잔가? 동양인을 그저 싫어하는 미국인 아닌가? 낮에도 제임스와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가 아이가 다른 테이블로 가서 내가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고 하니 무표정으로 나를 무시하던 백인 남성의 얼굴도 떠올랐다. 뭐지? 10여 년을 미국을 오가며 살았지만 실로 이런 무례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사는 조지아주 남부는 소위 이민자를 싫어하는 트럼프 추종자가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애틀란타처럼 대도시가 아니라 조금 떨어진 아덴스.

하지만 나는 그 여자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배운 게 크다.

그리고 그 여자가 출현했을 때, 먼저 드는 생각이 화가 문제인 내게 화난 이번 상황을 잘 넘겼다고 좋아했더니 하느님께서 확실히 화에 대해 배우라고 이 시험을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그 여자가 이유도 모르는 내게 무작정 화를 내는 걸 보면서 그것에 속상해 내가 저 여자가 미쳤나? 하면서 끝까지 쫓아가 상대할까? 아니면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영문도 모르는데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스트레스받는 그 여자를 무시하면 속상하고 스트레스받는 건 그 여자지, 내가 아니잖아. 어떠한 상황에 닥쳐도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을 계속하지 않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아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사진 찍고 욕을 하고 화내는 속사정이 있을지언정 그녀의 행동은 그 나이 동안 살아온 그녀의 생활을 고스란히 그 짧은 순간 거울로 보여주었다. 저 여자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구나. 온통 생활에 문제가 많고 화가 많고 스트레스로 온몸이 아플 지경일 것 같았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은 그렇게 그 여자가 가진 마음 그릇을 고스란히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람이기보다는 완전히 자기 통제가 불능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유치하고 안쓰러웠다. 내가 화가 났을 때는 나는 화내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상대방에겐 저런 모습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화라는 주제를 생각하며 깨달음이 많은 요즘에 또 하나를 배웠다.

상황이 어떻든 감정은 내가 선택한다라는 점, 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화를 낼 때, 상대는 이유를 모르는데 막무가내의 내 감정이나 화를 내는 방식의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 감정에 휘둘려 욕하고 소리 지르고 협박하는 등이 아니라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파악해 해결을 이성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욕하며 떠나는 여자의 팍팍한 삶이 수월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그녀를 위해 기도해야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