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처음부터 다시 쌓기
미국에 2019년 7월 말에 도착하고, 8월에는 아이들 preschool을 정신없이 시작했고 집을 구해 이사를 했다. 9월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적응시키느라 힘들었다. 10월에는 집을 꾸미다가 한국에 2주 영주권 문제로 들어갔고 11월에는 올랜도 여행 1주일, 집 꾸미기, Thanksgiving Party로 정신없었고 12월에도 크리스마스 준비, St.Virgin Island로 여행을 떠나 정신없었다. 여행은 신년 7일이 되어 돌아왔다. 12월부터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많은 계획을 세웠다.
3시간 아이들을 보내는 preschool 시간은 짧았고 Baby sitter가 1주일에 3회 3시간씩 오면 그것도 쪼개 쓰기 위해 게으름은 부리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올곧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주중에 길면 5시간 30, 짧으면 2시간 30, 주말은 잘 없고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게 스탑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더 유난 떨며 혼자 있고 싶어 했다.
책 읽고, YouTube 영상 올릴라, 골프 연습하랴, 영어 공부하랴, 뭔 정보를 찾거나 하면 시간은 다 지나가고 아이들에게 온통 정신이 팔린다. 그렇게 미국에 도착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간혹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고 농담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생활도 바쁘고 낮과 밤이 반대고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니 말할 주제가 작아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간혹 단체 톡방에서 소외된 느낌이 들기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나에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친구들이 필요 없다고 말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 사람들을 잘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좋은 친구들은 미국과 너무 멀리 떨어진 한국에 있어 자주 볼 수 없고 미국 친구들이나 전 세계 친구들조차도 최소한 비행기로 2시간 이상은 가야 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
일단 프리스쿨에서 몇몇 엄마들이 생일이라고 초대해도 여행을 핑계로 가지 않았고 나도 굳이 아이들 생일에 초대하고 싶은 생각을 안 했었다. 그리고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또 한국 사람들이라 그냥 주말에만 만나고 따로 만나고 싶진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간혹 파티에 초대하면 한 두 번 정도 갔지만 매번 참여하기도 꺼렸다.
그냥 혼자 있는 시간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남편과 시누로 충분하다고, 가끔 연락하고 방문하는 친구들로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아이들과 남편과 살아갈 곳은 앞으로 이 동네고 아이들이 커가며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서 부딪힐 사람들이 여기 사람인데 내가 너무 나를 닫고 살았던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수다 떨고 싶을 때, 차를 마시면서 아이들 고민, 아이들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싶을 때 아무도 없다면 너무 서글퍼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의 친구들 부모와도, 특히 그들이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의 부모와도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이번 주 화요일 고민하고, 수요일 오전에 일단 우리 동네 홈페이지에 다이어트 버디와 북클럽 버디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고 고맙게도 한 4명이 댓글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 토요일 아침부터 한 사람씩 만나 의견을 나누고 수렴해 북클럽을 만들기로 하고 줌바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중 한 사람이 다음 주 목요일 레이디’s 나이트 간다면 함께 차를 타고 가자기에 참여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또, 2달 전에 도서관에서 만난 중국인 세 쌍둥이 엄마인 Tiayni를 어제 오전에 만나 그녀의 집에서 차를 마시고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자주 만나면서 함께 아이들을 위해 영어 동화책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우린 그것을 유튜브에 올리기로 마음을 맞췄다. 둘 다 낭비하는 시간이 싫었고 친구를 만나도 유익하고 싶었다. 특히 그녀는 교육 박사학위에 6살 세 쌍둥이를 키우고, 여기서 5년 정도 살았기에 내가 정말로 그녀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그녀는 내 첫 친구라 더욱 특별하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아이디어를 내 어젯밤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열어 영어로 내 소개를 했고 나의 일기 형식으로 내 일상을 공유했다. 앞으로 미국인 이민자로서, 언어, 문화, 매너, 사회적인 시스템을 배워나가고 경험하고 적응해나가면서 드는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통해 전 세계 내 친구들과도 소통하고 여기 있는 친구들에게도 나를 알리는 수단 및 피드백을 받고 싶다. 또 나와 같은 이민자들에게 공감과 정보가 되길 바란다.
첫 시작은 내 포부보다는 미약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그냥 꾸준히 하며 나 자신을 기록하자 싶어 부족한 영어인데도 편집 없이 시작해버렸다.
미국.
여기가 내가 앞으로 살 새로운 터전이다.
나는 앞으로 여기서 땅을 파고 기둥 하나하나를 세우고 벽돌을 발라 세우고 나무를 잘라 덧대며 견고한 새집을 지을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한국에서만큼 살아갈지도, 더 오랫동안 살아갈지도 모르기에 앞으로 멀리 있는 한국의 내 집을 그리워만 하지 말고 여기서 새집을 짓고 살겠다. 다시 새집을 짓기 위해 땅부터 파야하는 심정이고 20대 첫 사회 경험하는 초짜인 심정으로 영어도 부족하고 사회적인 관계도 부족하고 미국법, 미국 사회 시스템 모두 어렵기만 하지만 20대로 돌아간 마냥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실수하고 깨지고 부딪히며 배워나가려고 한다.
쉽지 않겠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조금씩 노력해나가면 언젠가 또 더 많이 성장해 뿌듯한 나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