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가족애와 자기애 사이

50%씩만 노력하기

by Momanf

아이 둘을 낳고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건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엄마라면 누구나 자신의 욕구와 가족의 욕구 속에서 매일 줄다리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밤 낮이 다른 한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약속하고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책을 읽어 주고 불을 끄려는데 아들 녀석이 우주에 관한 책을 더 읽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딱 그 시간에 침대에 눕혀 재워야 전화 약속한 시간이 딱 맞아떨어질 것 같았기에 아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불을 껐다.

4살 된 녀석이 어찌나 고집이 센지 그렇게 불을 꺼버린 내게 화가 나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층 침대였지만 단 한 번도 위에서 잔 적 없던 녀석이 혼자 2층으로 올라가 잔다며 화났다고 시위하기 시작했다.

얼른 재우기 위해 그냥 내려와 엄마랑 자자고 다정한 말로 회유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렇게 30분 동안 울먹이며 칭얼댔다.

전화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친구에게 조금 뒤로 미루고 빨리 자자며 화를 냈더니 엄마가 화나서 무섭다며 울기 시작했다. 함께 자는 쌍둥이 딸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급기야 나는 아이들이 자야 할 시간에 이렇게 자지 않고 시끄럽게 굴고 있으니 비 오는 밤에 밖에 나가서 마음대로 놀라며 협박을 했다.

아이는 더 소리 높여 서럽게 울었고 나는 딸까지 자지 않자 마음은 급한데 마음대로 안 되는 답답함에 불을 다 켜 버렸다. 너희 마음대로 잘 시간에 맘껏 놀아보라며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찡찡대는 소리를 그치지 않는 아들을 혼내주기 위해 마침내 아들을 데리고 거실로 내려가 비 오는 밤, 문을 열고 나가라고 말했고 아이는 무섭다고 더 크게 울었다.

나는 오랜만에 전화를 할 생각으로 들떠있었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화를 내며 자지 않는 아들 녀석에 짜증이 났다.

남편에게로 뛰어간 아들은 나와 남편이 여전히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고 하며 회유했지만 고개를 흔들며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울었다.

남편이 아들을 진정시키는 사이, 나는 차분한 말투로 엄마가 왜 속상한지에 대해 설명을 하며 여전히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진정이 되면 엄마 품에 와서 자자고 말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딸을 품에 안고 딸에게도 상황과 내 감정을 설명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재웠다.

피곤에 지치기도 했고 진정이 된 아들을 남편이 안고 와 내 옆에 눕혔고 나는 아들을 안고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며 엄마가 오늘 참을성 없이 굴어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그제야 아들은 팔을 둘러 내 목을 껴안았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원하던 책을 읽게 해줬어야 했는데 친구랑 빨리 통화를 하고 싶은 내 욕심에 아들의 욕구를 무시한 게 미안해졌다. 그 참사로 아들과 나는 1시간 동안 지치도록 감정싸움을 한 것이다.

아들에게 책이 읽고 싶었는데 무시하고 엄마가 불을 꺼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네 마음이 슬프고 화가 났는데 엄마가 더 화내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제야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나는 얼른 나가 한국에 있는 친구와 2시간 동안 통화하며 이런 것들이 엄마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것임을 공감했다.


특히 아이의 욕구와 나 자신의 욕구가 상충할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 가끔 위기를 겪는다.

나 자신을 위해 무엇에 집중하고 싶을 때에도 엄마나 아내라는 이유로 가족의 눈치부터 보게 된다. 왠지 가족을 무시하고 내가 내 욕구를 채우면 스스로도 이기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괜한 죄책감이 따르기에 아이들이 자는 시간,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 등을 이용해 보지만 이 마저도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 지속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를 가진 엄마가 자신을 계발해야 할 때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보통 사람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나이와 맞물려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에는 더 지치기 쉽기 때문에 의지력까지 높아야 한다.

그렇게 나 자신의 계발을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보통 가족이, 특히 아이의 일이 우선이라 무너지기 일쑤이다. 다시 일어서 무너진 계획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돌아가는 의지력은 시작할 때보다 몇 배는 강해야 하기에 쉽게 좌절하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자신을 비난하고 원망하며 자괴감을 갖게 된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보낸 4년 동안 정말로 무수히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끝까지 성취해 본 적은 없다. 다이어트도 그랬고 영어 및 외국어 공부도 그랬고 사업, 새로운 일, 유튜브 계획 모두 다 그랬다.


처음에는 그 많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너는 제대로 해낸 게 뭐냐고 나를 탓해보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나 남편을 잘 챙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마음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나의 무능함을 비난하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하며 나 자신과 싸울 때에도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이 칼로리 싸움과 힘든 절제가 정말로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인가 타인이 만들어 놓은 보기 좋은 기준인가 헷갈리기도 했다.

그 무엇도 완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에 완벽하길 원했고 자기 계발에서도 완벽하길 바랬던 내 욕심이 컸다는 걸 깨달았다.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엄마는 더 이상 개인적 일 수만은 없기에 완전히 나로만 살 수 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나를 잃고 완전히 엄마로 살 수도 없다.


먼저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하루하루 조율하며 서로의 욕구를 50%씩만 채워주자고 마음먹으니 해 낼 용기가 생긴다.

나 자신의 욕구를 반만 채우고 내 가족, 특히 아이의 욕구를 반 들어주면 그 하루가 100%가 되겠다는 결론이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 꼭 하고자 하는 몇 가지 일을 그저 놓지 않고 묵묵히 하면서 매일 조금씩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눈에 띄는 성취가 당장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시작을 했고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형태가 잡히고 드러나 완성하게 될 것이다.

자식에게도 남편에게도 재충전해야만 하는 나의 시간을 허락받아 그 시간을 엄마 없이 채우도록 그들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엄마가 감정이나 체력이 약할 때에도 무리하지 않고 양해를 구해야만 한다. 내가 꼭 해야 할 가정의 의무를 지키고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그들의 욕구를 50% 들어준다면 그들도 그들의 나머지 반을 다른 가족의 구성원들이나 스스로가 채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짧다. 짧은 인생에 뭔가를 목표해 그것을 향해서만 달리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 친구와 타인과 조화롭게 조율하며 내 감정이 얼마만큼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죽음 앞에서 이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뭔가 이룬 것들을 나열하는 것이 행복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목표는 진정으로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나 사회가 만든 기준의 행복인가?라는 질문에서 그 두 개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담아들으며 완전히 순간에 몰입해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 아닐까 싶다.

나도 적당히 만족하고 타인도 적당히 만족시키고 타인도 나를 적당히 만족시키고 타인 스스로 적당히 만족한다면 궁극적으로 백 프로 가까운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더 많은 욕심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목표를 이루려는 계획 대신 좋아하고 유익한 활동을 조금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데서 기쁨을 느끼고 짧게라도 매일 해낸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살겠다. 아이들을 위해 잘 짜인 생활 패턴, 거창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그들의 욕구를 귀담아 들어주고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놀고 이야기하는데 집중하는 엄마로 살겠다. 칼로리를 따지며 날씬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소위 잘 먹고 운동하는 돼지로 살겠다.

이제부터는 조금은 덜 걱정하고 덜 준비하며 살고 싶다.

장대하게 큰 꿈이나 목표도 덜어내고 그저 하루하루 마음 편히 즐겁게 살고 싶다.

완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남들 눈에 좋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완전하게 나 스스로가 기쁨을 누리고 두렵고 낯선 것들과 만나면서 도전하고 변화하고 새롭게 살겠다.


이러한 같은 고민을 안고 두 시간을 지구 반대편에서 통화한 후, 비까지 오는 밤이라 생각이 많아져 잠들지 못하고 이런 글을 쓰며 다짐해본다.


가족애 이상, 자기애 이하. 딱 반씩만 최선을 다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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