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처럼
손예진을 검색하면 <서른, 아홉>, <사랑의 불시착>,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가 차례로 뜬다.
이소라를 검색하면 <지리산 OST>, <청혼>, <신청곡>이 앨범 검색 결과로 나온다.
10년이 넘도록 우당탕탕 하지만 나름 진취적이고 발전적으로 사회 생활 중인 나는 검색하면 무엇이 나올까?
나는 종종 얘기한다.
‘배우가 필모그래피를 쌓듯 우리는 커리어를 쌓는 거야.’
누군가 커리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겠다.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을 빼면, 적어도 2분의 1은 일하는 시간인데 그저 일이라고 설명해버리면 내 청춘이 너무 애틋하니까.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일도 아팠던 일도 햇빛 진한, 푸른 잔디밭 위 깔린 피크닉 매트처럼 가볍고 보송해진다.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 본 사람의 인생이 훗날 더 가벼워지겠지.
누군가의 좌우명이 이랬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자체는 되는대로.
지난 과거가 가볍게 느껴지는 만큼 열정을 무겁게 담아 쏟아부었으리라.
필모그래피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