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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Kim Jun 05. 2020

[일상 단상] 해

2020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좋은 시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포토그래퍼 솔네가 말했다.

나는 한 달에 한 두 번 작은 모임의 진행자로 선다. 1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한 명의 아티스트를 만나는 자리다.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인터뷰이의 언어이고, 이것이 내가 이 모임을 만든 이유다.

인터뷰 하듯, 나는 아티스트에 대한 질문을 사람들과 나눈다. 나의 단어 사이에 긴장이 섞여 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눈빛에 동경과 호기심, 그리고 긴장이 한 겹 덮여 있다. 두 개 정도의 질문과 답이 오가는 시간 속에 긴장은 걷히고,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한다. 조금 자유롭게. 어느 순간부터 모두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고, 답한다.


지드래곤이 말했다.

“그냥 해.”


걱정은 행동을 가로막고, 두려움은 상상을 저지한다.

매 달 하나의 주인공을 정하고, 인터뷰한다.

디에디트를 인터뷰하는 중이었다.

“우린 이런 사람이니까요. 모든 사람이 우릴 좋아할 수는 없어요!”

디에디트의 이혜민 기자가 말했다. 자신을 드러내고 개인적 취향을 기반으로, 리뮤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지털 미디어 디에디트. 이들은 저 위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행동한다. 대단했고, 이내 그 마음이 부러웠다.

“그냥 해.”

“너가 해.”

인터뷰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 바람은 찬데, 햇빛이 예쁜 날이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혜민이가 말했다.(디에디트의 이혜민 기자와 나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냥 하라는 말은 내 눈에 그럴싸해 보이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라는 의미다.

내가 한 일을 감추지 말고, 스스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나를 드러내고, 스스로 나에 대해 말하는 것. 익숙지 않다. 늘 남의 이야기를 듣고, 써온 나로서는.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앞 뒤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야하는 일이다.


그래, 그냥 해도 괜찮다.

나의 행동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걷어 버리자.

이제, 생각에서 비롯된 행복과 함께 행동으로 빚어진 행복의 맛을 보기로 한다.


글 : 김은정


* 매거진 <그라치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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