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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Kim Jun 05. 2020

[궁금한 사람] 도예가 이혜미, 사진가 맹민화

도자기가 그림이 되었다 ㅣ Still Life

초록 잔디 위에 크림색 천을 깔았다. 그 위에 은빛 그릇을 두었다. 빨간 사과, 노란 레몬, 푸른 청포도를 은빛 위에 올렸다. 과일의 빛깔은 물감이 되어 반짝이는 그릇에 그림을 그렸다.


도자기가 그림이 된다면, 이런 것일까?


이번 전시는 ‘도자기를 다른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도예가 이혜미(@heami_)가 빚은 도자기를, 사진가 맹민화(@august_mh)가 찍었다.

이혜미 작가는 손으로 흙을 빚는다. 그녀의 작품은 정직하고, 섬세하다.

이번 전시 작품 속 도자기는 이혜미 작가의 Silver Line 작품들이다. 두 번 구운 도자 위에 은칠을 하고 굽고, 또 은칠을 하고 굽는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한다. 반듯하지 않은 형태의 도자는 은빛을 입고, 불규칙하게 햇볕을 반사한다. 마치 바다 물결이 햇볕에 반짝이는 것처럼 심히 아름답고, 우아하다.


허투루 보면 알아차릴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들여다 보았다. 가까이, 더 가까이.

색연필로 그린 것처럼 보이는 가는 선은 이혜미 작가가 은을 칠한 붓의 흔적이고,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처럼 보이는 자국은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멈추었던 자리다.


맹민화는 숨을 멈추고, 그곳에 초점을 맞췄다.

한 사람의 생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한 장의 사진이 있듯, 맹민화의 도자기 사진 속에는 도예가 이혜미의 생각과 흔적이 담겨있다.


모든 시간이 여기 있다.


맹민화와 삼청동 길을 걸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 파랬다.

“은정씨, 우리가 진실된 아름다움을 계속 볼 수 있을까요?”

그녀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일까?

꽃 한송이를 보며 꽃이 피기까지 그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것,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며 느끼는 행복한 기분, 무심코 잡은 컵 손잡이의 간결한 곡선 같은 것이 맹민화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


맹민화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데 천재적이다.

그녀는 어떤 물건이든 예쁜 곳을 발견해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예쁜 부분을 발견하면 확대하고, 빤히 바라보는 버릇도 있다.

큰 사진 아래 작은 사진 한 장씩 붙였다.

맹민화는 작은 사진 속 상황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 카메라로 찍어, 확대했다.


붓 자국과 손자국, 그 속에 비친 색감은 사진으로 남았고,

도자기는 그림이 되었다.

                                                                                                                                                글, 기획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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