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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Kim Jun 05. 2020

[궁금한 사람]섭섭

일러스트레이터 섭섭을 만났다.

어른이 된 걸까.

섭섭의 그림을 보고 심장이 반응했다. 좋아서. 일러스트레이터 섭섭은 사람을 주로 그린다. 그의 그림을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동글동글한 선 안에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색이 있다. 그가 그린 생명체는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기발하고 귀여운 행동을 종종 한다. 사람들은 섭섭의 그림을 보고, 귀엽다거나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안으로 들어가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섭섭의 그림은 우리의 안으로 들어오기에 충분하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걸까?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섭섭은 어떤 감정들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직접적인 표현을 아끼고, 감탄문이나 느낌표를 자제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림에 빠져들고, 저마다의 감정을 투영하며 공감한다. 그럴 때마다 그의 그림은 아름다워진다.

“제 속을 자주,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그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꺼낸 생각을 조심스레 종이에 옮긴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만 ‘나’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따금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하느냐는 물음에 “그림이 감정을 덜어주거나 감춰줄 때가 있다.”고 답했다. 섭섭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마음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 섭섭의 그림에서 그의 근본 중 하나를 짐작할 수 있다. 나의 이야기.


일러스트레이터 섭섭(@sub.sub)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을 주로 그린다. 그림체가 사랑스럽고 귀엽다. 작가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이 그림체에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소소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질문을 그림으로 툭 던지기도 한다. 섭섭의 그림과 그의 매력은 데뷔하자마자 세상에 알려졌다. 덕분에 카카오, 네이버, 삼성, 메르세데스 벤츠, SK 텔레콤, 샤넬, 맥 등 수많은 라이프스타일, 패션, 뷰티 브랜드와 협업했다.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일러스트레이터 섭섭은 지금 음악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음악과 그림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을 접목시킨 창작품을 만들 생각이다.


1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다니

“데뷔하고 처음 협업한 브랜드가 카카오였어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2 마음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겠어요.

그냥 제 마음을 비추고 드러냈더니, 다른 사람의 마음이 와 닿기 시작했어요.”


3 그림 속 나

“제 속에 있는 생각을 자주 들여다봐요. 제 감정에 충실한 편이죠.

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그려요. 그림이니까 솔직해도 괜찮아요.”


4 일상과 일탈

“일상을 조금 비틀면 일탈이 되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왜?’ 하고 물음표를 던질 때, 갇혀있던 생각에 틈이 열리는 것 같아요.”


5. 관찰

“관찰하기를 좋아해요. 눈이 가는 곳에 머물러 생각해요. 지금도 저기 보이는 시럽이 담긴 병을 보고 ‘다른 모양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6. 위로 

“누군가를 위로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많지는 않아요.

제 감정을 담은 그림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7. 너

“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소속사 사람들, 영글 누나, 그냥 친구, 베스트 프렌드, 가족.

이중 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8. 그림과 음악

“여러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음악을 배우고 있어요. 음악을 알아갈 때마다 그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돼요. 모든 예술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9. 소소하게 특별하게

“너무 일상적이어서 하찮게 느껴지는 것을 그려요. 이를테면 ‘점심, 밥’ 같은 거요. 어렸을 적에는 도시락 나눠 먹는 친구, 점심밥 같이 먹는 친구가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어른이 된 지금, 그 의미가 조금 희미해진 것 같지만. 그 의미를 상기시키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점심 친구 구함’ 프로젝트를 만들었죠.”


10. 천천히 오래오래

“ 요가 시간마다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씀이 와닿아요.” 감정은 호흡에 담겨 있다. 호흡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천천히, 오래오래


11. 메모장

“특별할 때에만 영감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에요. 갑자기 나도 모르는 순간 시작된 생각이 영감이 될 때가 많아요. 제 스마트폰에는 그것을 기록한 메모장이 있어요. 제 작품의 밑바탕이죠.”


12. 나만의 색

“나만의 색을 갖기 위해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 내가 가장 편하게,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해요. 내겐 별 거 아니지만 남에게 특별해 보이는 것, 그게 나만의 색이죠.”


13. 그림이 싫었던 적

“솔직히 고백하자면,

귀찮은 적은 있어도 싫었던 적은 없어요.”


14. 사랑스러워

“친구가 선크림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선크림으로 친구 손바닥에 하트를 그려줬어요.

저는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분명해요.”


15. 종이

“제 생각을 표현하는 매개체, 빈 도화지.

제가 매일 마주하는 것.”


 16. 십 년 후에

“십 년 후에 섭섭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그림을 시작하고, 5년이 지난 지금 저의 모습은 제가 전혀 상상했던 사람이 아니에요. 긍정적인 의미로요. 십 년 후요? 상상할 수 없어요. 다만, 되고 싶은 모습은 있어요. ‘온전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오롯한 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기획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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