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과 칭찬 사이
칭찬이라는 말이 꼭 맞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듣기에 긍정적인 코멘트들이었다. 내 표현에 공감한다거나 읽고 기분이 좋아졌다거나 미소가 지어졌다는 댓글과 감상들이 불시에 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데 공정을 기하기 위해 감자 걸 제외하면 손가락을 두어 개 더 접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주눅들 리는 없다. 한 개든, 두 개든, 나는 그런 평들을 번쩍이는 브로치처럼 소중하게 달고 가슴을 활짝 펼 것이다.
명연주 명음반 게시판에 들렀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필시 내 글을 읽으신 듯했다. 특히 카르미뇰라 편을 좋게 읽으신 것 같았다. ‘사랑하는 마음’ 프롤로그의 기획 의도대로 내 글이 반가운 사랑과 재회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기뻤다. 명연주 명음반의 애청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내게는 은밀한 기쁨의 포인트다. 클래식과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 티비 드라마나 영화에 비하면 공통 화제로 삼아 이야기 나누기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 소재로 오래 대화할 수 있는 타자가 있다면 인생의 재미가 3그램은 더 늘 것이다. 게다가 잘 읽었음을 내가 알 수 있도록 글로 충분히 표현해주셔서 고마웠다. 실명 게시판에 댓글 달기에는 내가 다소 부끄러워 여기, 감사한 마음을 짧게 표현해둔다.
내 ‘사랑하는 마음’의 조회 수는 정말 적다. 그리고 발행한 첫 이틀 조회 수는 뚜렷하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비전문가’의 ‘클래식 음악’ ‘감상 에세이’. 세 개 요소 중에 많이 읽힐 요소가 하나도 없다. 단 하나도. 심지어 각 요소의 결합은 독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독자는 합집합이 아니라 교집합을 이룰 테니까.
하나도 놀랍지 않다. 출판 시장 규모 자체가 작은 나라다. 한국 출판계에서는 순수 문학 독자를 150명가량으로 본다는 말을 ‘빨간 책방’에서 들은 적이 있다. 150명이 아니었다면 300명일 수는 있지만 1,500명일 리는 없다. 그런 숫자다. 에세이 독자는 그보다 많겠지만 ‘비전문가’가 쓴 ‘클래식 음악’ ‘감상 에세이’라면? 내가 약사도 의사도 아닌 다음에야 주목받을 책 외적 요소조차 없다. 애초에 지식이 아닌 감각에 기대기로 한 기획이나 글 솜씨로 자학할 생각은 없다. 내 니치는 이미 0에 수렴하므로 단번에 주목받았다면 그게 오히려 탐구할 만한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어제 깨달았는데, 나는 집착한다. 내가 음악에서, 영화나 책에서 받은 느낌에. 마침내 써낼 때까지 그들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내 글쓰기는 그렇게 집착에서 비롯된다. 봉준호가 알려줬다, 유튜브에서. 한 영화 아카데미에서 영화감독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했을 법한 강연이었다. 영화 현장의 스트레스와 중압감, 관객이라는 두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근원. 떨칠 수 없는 한 장면을 위해 두 시간의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단 한 장면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집착을 해소하기 위해 집요하게 일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꽤 보편적인 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 김연수는 소설을 시작할 때 마지막 장면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했었다. 소설은 그 마지막 이미지에 이르는 서사라고 했던가. 글쓰기보다 돈이 많이 드는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는 봉준호가 자신의 말대로 운이 좋은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이 그다지 들지 않으므로, 다만 내 시간만 들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므로 쓰기를 멈출 이유가 없다.
물론 나도 출간하고 싶다. 브런치에서 글쓰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출간을 꿈꾼다. 나는 음악 관련 중요한 서적들을 출판하는 풍월당이나 풍월당의 자매 출판사 밤의 책에서 출판하고 싶다. 키르케 같은 문학서뿐 아니라 오지은 책처럼 좋은 에세이를 출판하는 이봄도 좋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미술 관련 서적들을 출판해 온 을유 문화사도 좋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 서적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음을 안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게 없었지만 칼 마르크스 전기나 다빈치처럼 묵직하거나 흥미로운 인문서를 출간하곤 했던 아르테도 있다. 내게 출간 제의만 해준다면 나쁠 것 없지 않은가.
그러나 무관심 속에서도, 출간에 대한 열망 없이도 나는 글을 쓴다. 고맙고 친절한 코멘트들이 없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집착이 이끄는 한 나는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