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설화

Happy Birthday to ME

by 만정

“매주 토요일 8시 40분 쯤 정영일 씨가 영화 소개하는 프로가 있었어. KBS 사랑방 중계라고. 그 프로를 즐겨봤는데, 그날 영화 소개하려는 참에 엄마가 병원에 가자고 그러더라고.”


이게 내가 태어나던 날에 대한 아빠의 회고다. 덧붙여, 하마터면 택시에서 애 낳을 뻔 했다며 엄마를 놀리기 일쑤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동생이나 조카와 달리(아빠는 두 사람의 발생을 예견하는 멋진 꿈을 꾼 바 있다), 근사한 건 고사하고 아예 태몽도 없이 잉태된 게 좀 서운한 감은 있지만 내게는 더 없이 어울리는 탄생 설화다. 토요일 저녁이라는 멋진 시간과 평생 친구가 될 영화의 조합이잖은가.


토요일 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세계에 나가야겠다 신호를 보낸 딸아는 서른 일곱 번째 생일을 맞았다. 나는 아직도 매일 엄마가, 아빠가, 세계가 반갑다.


모든 프로그래밍 책 첫 예제라 맘에 걸리지만 아직 이보다 적절한 소감은 찾지 못했다.


헬로,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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