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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Dec 22. 2021

#36 화창한 겨울 오후의 D장조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 D장조’

가장 좋아하는 조성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D장조라 답하겠다. 파와 도에 샾을 붙여 티라미수만큼 사뿐히 기분을 끌어올리는 조성. 솔까지 샾을 붙인 A장조는 어린이처럼 경쾌해지지만 라장조는 지체 높은 아가씨처럼 화사하다.


춥지 않고 해가 잘 드는 겨울 날, 라디오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 D장조가 흘러나온다. 명연주 명음반의 선곡에 따라, 좀처럼 집중해 들은 적 없던 6번에 귀 기울여본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연주다. 한 프레이즈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무장해제 되고 만다. 마음 속의 창문을 열어주는 것 같은 음악/연주다. 열린 창문으로 화창한 겨울 햇살과 깨끗한 공기가 들어온다.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 모리스 장드롱Maurice Gendron의  우아한 음색이 D장조와 잘 어울린다. 처음으로 바흐에게서 ‘삶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긍정’이라는 어휘를 건져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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