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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May 20. 2022

#39 바흐 프랑스 모음곡 4번 알레망드

벅차오르는 감동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이 좋은 음악은 뭐지?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낯익은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4번 첫 곡 알레망드 French Suite No. 4 E flat major, 1 Allemande다.


블랑딘 라누Blandine Rannou 하프시코드 녹음(2001) CD2   트랙이다. 처음  음반을 재생할  CD1    5번이 너무 훌륭한 나머지 앨범 전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앨범 프로듀싱이 좋다고나 할까.  트랙  개로 청자를 설득했으니 말이다. 한편, 유튜브 뮤직에서  앨범을 재생시키면 4번은 완전히 가운데 토막이다. 두개 씨디가 합본된 형태처럼. 그러니  틀면 무조건 4 알레망드가 흘러나오는 씨디와는 상황이 다르다.


출근길이었을까? 점심시간이었을까? 무신경과 정신사나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내면에 몰두한 나를 세계로 이끌어 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멜로디였다. 나는 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음악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꼭 틀린 말은 아니다. 앞에 두 곡의 마이너를 지나왔을테니까). 음악에 집중할수록 마음 속에서 뭔가가 벅차올랐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충만함일까? 그러기엔 다소 놀라움이 있는데. 감사함일까? 그러기엔 기쁨이 좀 많은데. 생각보다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적확한 감정상태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감동’은 지금까지 생각해낸 가장 그럴듯한 후보다.


그러고보니  감동이 가만히 있는  아니고  벅차오른다. 아마도 음악이 시작되기 직전 벌어졌을 어떤 일로 인해 갑작스럽게 다가온 감동이 얼마간 차츰 커지다가  기쁘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사는   감사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고운 감정인  같다. 고등생물로서의 인간이 느낄  있는 매우 인간적인 감정, 긍정적으로 고양된 순간에 닿을  있는 희귀한 감정 말이다. 나는 지금껏  번이나 이런 기분을 느껴봤을까? 대개는 사소해보이는 일들에 기인할테고 눈앞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법 하다. 구체적인 기억은 안나지만 아련한 느낌이 든다. 음악만으로 삶의 가장 긍정적인 감정  하나가 되살아나다니. 멋지지 아니한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재발견한 곡, 바흐 프랑스 모음곡 4번의 알레망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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