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정 Feb 10. 2023

나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건 항상 당신이었어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오랫동안 음악을 듣지 못했다. 음악 마저 듣지 못한다.. 안정된 상태는 아니다. 일상은 굴러가지만 내 마음은 붙일 데 없이 떠돈다. 그러던 어느 출근길, 지푸라기라도 잡듯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재생했다. 이 곡에 있어서 만큼은 글렌 굴드의 1955년 녹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첫 음이 울리자 곧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대도 이해한다. 나 역시 믿기 어려웠다. 시끄럽고 무질서한 외부세계와 그 세계를 헤매던 내 영혼은 순식간에 질서를 부여받는다. 나라는 사람의 감각이 돌아온다. 일순, 모든 것이 이치에 맞고 말이 되며 이해 가능한 것으로 변모한다. 분침과 초침처럼 왼손과 오른손의 리듬과 화음은 정확하다. 비로소 나는 안도한다.


그래, 날 정돈시켜주는 음악, 내 제자리를 찾아주는 음악. 그건 항상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어.


이런 음악을 만들다니. 바흐는 정말이지 불가해한 존재다.

매거진의 이전글 #41 바흐가 추상적으로 연주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