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를 경애하고 모차르트를 사랑하지만, 지금 내 영혼은 아마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1악장인 것 같다.
즉흥곡 3번이 아닌 소나타 13번이었다니. 게다가 A장조? 대체로 내가 단순하고 명랑한 사람이긴 하지만 샾이 세 개나 붙은 A장조일 줄은 몰랐는데(나는 D장조가 우아하게 밝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연주자는 파울 바두라 스코다. 밝고 빠르다. 리흐테르가 훌륭한 건 사실이지만 내겐 너무 느리고 차분하다. 리흐테르를 닮았지만 조금 더 온화한 레온스카야의 템포로도 안되겠다. 리흐테르라면 알레그로라고 할지도 모를 파울 바두라 스코다를 들으면, 다가오는 하루, 남은 하루에 설레게 된다. 언젠가 김광민/노영심의 ‘학교 가는 길‘을 들을 때 그랬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설명도 많고 중언부언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주제부 멜로디에 동의하지 않기 어려운 곡이다. 슈베르트이지 않은가. 슈베르트가 노래 만드는 솜씨는 정말이지 놀랍다. 쓸데없는 말이라곤 없으면서 할 말은 다 하고 논증 구조도 탄탄한 바흐와는 얼마나 다른지. 나는 바흐를 동경하지만 모두가 바흐 같을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유독 슈베르트와 즐거운 요즘이다.
파울 바두라-스코다가 연주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A장조 Op. 120, D. 664: 1악장 Allegro Moderato : 유튜브에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