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쯤 무스카리 구근을 심었다.
지지난주 병원에 갔더니 선생님은 히야신스 화분을 세 개나 마련했다. 난 늘 절화만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화분에 심은 꽃이 더 싸다. 오래가기도 하겠고.
그 다음날로 실행에 옮겨 무스카리 화분 세개가 생겼다(사는 김에 생긴 유럽 말발도리 스트로베리와 은방울꽃 얘기는 지금 하지 않겠다).
싹을 틔우는데 꼭 일주일이 걸렸는데 그 다음부터는 평균 시속 0.1센티의 속도로 자라났다. 침실에서 나와 보면 일센티 커져 있고 퇴근해서 들여다보면 또 일센티씩 커져 있어 나를 놀라게 하기를 다시 일주일.
잎이 십센티 쯤 자라고 나니 슬슬 꽃대가 올라온다. 1센티 남짓한 꽃 부분 길이가 작은건지 큰건지는 저 친구가 다 커봐야 알 일이지만 뽐뽐 봉오리 하나씩 입을 벌리는 연보라빛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그런 고로 주말에는 시도때도 없이 이 친구들을 들여다보는 하루를 보냈다. 어떻게 그렇게 하루가 가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도 하루가 갔다. 그러다 너무 많이 들여다보면 닳을까봐 자제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꽃대가 일센티씩 더 올라와있다. 나를 침대에서 일으키는 힘, 구근의 에너지로 3월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