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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Jun 25. 2024

어떤 날

기진한 날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제는 가끔만 하는 늦은 퇴근(야근이든 회식이든)이 남기는 불쾌한 여운이라고 지금껏 생각해온 현상이다. 최근 비슷한 감정을 느낀 건 의외로 시창작 수업 합평이 끝난 밤. 그 전은 독서모임이 끝나고 귀가한 늦은 밤이었다. 그토록 자발적인 활동, 의지의 극치에서 느낀 이 불쾌함에 당혹감과 낭패감이 든다.

아직 이 감정을 완전히 분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흐릿하게 가설 하나를 떠올려본다. 흥분과 불안이라고. 이런 종류의 흥분은 여전히 다루는 데 애를 먹는다. 아마도 나는 이 흥분에 뒤이을 절벽을 어렴풋이 예감하는 것 같다. 몸은 이미 지쳤고 흥분은 급강하할 것이다. … 내 안의 얼룩말이 사자에 쫒기기 시작한 걸까?


나가서 백미터 달리기라도 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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