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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May 04. 2024

합평이 힘들었다

어제 합평이 힘들었다. 합평은 공적인 평가가 목적인데 사적으로 너무 소중한 걸 내놓아서 난 사고다. 지나고보니 밝혀진 원인이고 2주 간 마음고생은 할만큼 했다. 다음부터 내놓을 시는 심장에서 먼 걸로 준비해야겠다. 비싼 값을 치렀지만 교훈이 없지는 않다.


아니 사실 크게 배웠다.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가릴 수 있었다. 그건 다 내놨기 때문이고. 선생님은 좋은 부분과 진부한 부분에 대해 단호한 의견을 주셨다. 그 의견에 대한 내 나름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답이었다. 합평을 기다리는 동안 긴장감으로 완전히 너덜너덜 해져서 감자에게 다신 안쓰겠다고, 이제부터는 오직 소비자로서만 살겠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지나고보니 얻은 게 크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제 알겠다. 업계에 명함을 낼 정도의 완성도라는 것에 나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정말이지 다른 세계인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나는 훌륭한 소비자가 되자.


욕심이 나서 잊고 있었다. 더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소비자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데 실기는 늘 도움이 된다.


한 바퀴 크게 돌아 다시 원점. 마지막 시를 궁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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