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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Aug 12. 2024

네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한다

네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

혼자 이탈리아에 가는 건 처음이다. 엄마 없는 이탈리아 여행도.

8월 중순 한여름 이탈리아도 처음이다. 어떤 여행책자나 가능하면 피하라고 권하는 계절을 이번에는 우회할 수 없었다. 올해 가능할 유일한 일주일이었다.

20 리터 배낭을 메고 떠나는 첫 여행이다. 이십 년 전 유행하던 배낭여행을 사십 살이 되어 처음 하게 될 것이다. 배낭은 기대하는 자유를 줄까?

하룻동안 베네치아, 파도바, 라벤나 세 도시를 방문하게 된다. 하루에 세 도시를 오간 일은 전에 없다. 이 전에 없는 계획은 언제나처럼 내 작품이다. 열흘 동안 로마에 머물거나 일주일 내내 비엔나에서만 지낼 때와 똑같이.

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에서 한 번 더 티치아노의 성모승천을 볼 것이다. 성모의 드레스 색이 내 기억과 같을지 확인할 것이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청금석 하늘도. 엄마 없는, 공사를 위한 비계와 인부가 없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15분은 여전히 짧을까? 예배당을 나오는 길 늙은 나무들이 이룬 짧은 숲은 여전히 감동적일까?

라벤나와 볼로냐는 처음 들른다. 여전히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60여 종의 새와 식물들이 앱스를 장식한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를 볼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공작새를. 수염이 없이 말끔한 얼굴의 예수를. 근교 클라세에서는 "노란색도 아닌 것이 연두색도 아닌 것이, 절대 평화 그 자체"라는 목자의 풀밭 모자이크를 볼 것이고 마침내 볼로냐에서 라구를 먹을 것이다. 어쩌면 라자냐도. 딱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시간동안 라구와 라자냐를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볼리 정원도 처음 산책하게 된다. 피렌체도 무성한 여름은 징그러울까? 하루에 우피치에 두 번 방문하는 시도도 처음이다. 그러고보니 일몰 무렵 아르노강 건너를 본 적이 없었다. 3층 복도에서 해지는 모습을 볼 것이다.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와 필리포 리피, 보티첼리의 성 모자를 배불리 볼 것이다. 그렇게 보고 나면 앞으로 일년 쯤은 그 그림들이 더는 그립지 않아질까? 무엇보다 복원이 끝난, 비계와 복원전문가를 제거한 브랑카치 예배당을 볼 것이다. 거기서 마사초의 얼굴을 찾고 쫒겨나는 아담과 이브를 유심히 볼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로마에서는 산 에우스타키오에서 하루 네 번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이다.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과 산타고스티노 성당을 부지런히 오가며 카라바조 곁에 가능한 오래 머물 것이다. 바르베리니에 가능한 일찍, 지치지 않도록 가는 것은 새로운 목표다. 그 언덕은 언제나 진을 빼고 만다. 아직도 낮기온 30도를 훌쩍 넘길 예정인 로마에서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가능한 천천히 미술관에 오래 머물 것이다. 라파엘로와 귀도 레니의 여자들을 오랫동안 바라볼 것이다. 시간이 더 있다면 베르니니 투어를 하거나 아라파치스, 트리아누스 시장에 갈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산세폴크로는 갈 수 없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부활은 다음 번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보다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가야겠지만. 아마 나는 런던에, 너무 먼 그곳에 있는 예수 세례를 곧 봐야 할 것이다. 시에나도 이번 여정에 포함하기는 어려웠다. 토스카나 근교 지선 여행은 면허가 없는 내게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아마도 다른 주제의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시칠리아와 나폴리-소렌토 앞일지 뒤일지, 히샴 마타르의 '시에나에서의 한 달'을 두 번 읽은 다음일지, 세번 읽은 후일지.


더 이상 모든 여행의 모든 순간에 최고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더 많은 여행에 대한 내적 확신이야말로 이 기쁨의 뿌리일 것이다. 그 뿌리는 그저그런, 때로 실망스럽고 인상적일 것 없는 다만 수적으로 풍부한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경험에서 자라난다. 적어도 내 뿌리가 그렇다는 것을 이제 나는 납득한다. 그저그런, 어쩌면 실망스럽고 평범한, 어떤 계획은 실패하고 어떤 예상은 빗나가는 여행을 할 것이다.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그것으로 족할지도 모르는 네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나는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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