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소장품을 알아서 계획에 포함한 건 아니었다. 루브르는 공간이 크고 복잡할 것이므로 건물 안내자가 필요해서, 오르세는 미술관 안내 책자를 여행 전 볼 시간이 없어 각각 투어를 신청했는데 하다 보니 오르세 투어 하는 분이 퐁피두 센터 투어 신청도 받고 있었다.
현대 미술이야 말로 내게는 가이드 투어가 필요한 종목이다. 현대 예술은 동시대인 감수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들여다보면 어떤 시대 작품보다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관심이 있고 궁금하지만 현대 예술 감상하는 법을 아직 알아낸 건 아니다.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미술관 투어는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획득하는 데 유용한 형식이다. 바티칸과 피렌체 첫 방문에서 각각 한 번 투어를 했는데 작품과 미술관뿐 아니라 도시와 그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 미술 관련 책을 혼자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투어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운이 좋았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는 내 여행이 끝날 무렵 상설 전시실을 닫고 앞으로 5년 간 시설 보수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우연의 좋은 면은 여기 퐁피두 센터에서 실현되었다(나쁜 면은 내셔널 갤러리였을 것이다). 좋아하던 작품과 흥미로운 예술적 실험들, 그 끝에 끝까지 나아갔던 결과들을 일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여기서 봤던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미루고 이 장은 미술관 그 자체에 대한 감상과 인상에 오롯이 바칠 것이다. 센터 자체를 소장품들만큼 내가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퐁피두 센터는 1977년 개관했다고 한다. 의외로 오르세 미술관(1986년 개관)보다 오래된 미술관이다. 상설 전시관을 닫는 것도 시설 노후화 때문이라고 한다. 투명함을 모토로 제작되었다는 건물은 알록달록한 원색 배관들이 드러나 젊고 현대적이고 장난스러운 느낌, 경쾌한 느낌을 준다. 70년대에 지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던하다. 지금 기준으로는 평범한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40년도 더 전 당시 기준으로는 프랑스에서도 파격적이고 획기적이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파리 사람들이 "애벌레"라고 부른다는, 건물 외벽에 붙은 투명한 튜브 속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 전시실로 올라간다. 센터 앞 광장, 시에나 캄포 광장처럼 건물을 향해 경사진 공간이 보였다.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뭘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그저 혼자 있는 이 작은 광장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한층 씩 위로 올라가면서 파리 시내가 애벌레 밖으로 자연스레 넓게 펼쳐졌다. 장관이었다. 이번 여행의 다른 행운은 날씨였는데, 아름다운 파란 하늘 아래 파리 전경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몽마르트나 에펠탑이 아닌 여기서 바라본 파리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이곳이 소유한 작품들, 특히 샤갈 몇 점도. 추억하면서 재개관을 앞으로 5년간 꾸준히 기다릴 것이다. 다시 방문하기를 고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