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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정 Apr 11. 2021

00. 시작을 여는 글

2020. 08. 01.

나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거의. 다른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가사가 없는 기악곡을 좋아하고, 가사가 있는 노래라고 해도 오페라 아리아를 더 많이 들어서 노래방에서도 부를 노래가 별로 없다. 그리고 음정은 꽤 정확하지만(이건 지휘자 J 언니 피셜이다. 16년 전 평가지만 나는 여전히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 노래에 다소 영혼은 없다는 사실도 자각하는 편이다.


‘일요일엔 영화를’ 프로젝트를 마감한 여운이 아직 남아있던 7월 중순의 월요일 밤이었다. 택시가 가양대교에 오르자 아름다운 서울 밤 풍경이 나타났다. 어둠이 더러움을 가려주는 은혜로운 밤, 낮의 번잡함이 사라진 다리 위를 막힘없이 달리는 퇴근 택시 안에서 여의도와 김포공항 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우리의 다음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나는 문득 노래 얘기가 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같이 부른 노래가 몇 개고, 노래방에서 함께 한 시간은 얼마이며, 더 이상 합창할 수 없게 된 후 그리워하던 노래는 또 얼마이던가. 우리는 명색이 합창단원 아니었던가. 같이 노래도 부르고 허슬도 추고 술도 마시고 심각한 회의도 하던 사이 말이다. 운영을 위한 활동과 관계가 많았지만, 노래, 우리의 구심점은 애초에 노래였을 것이다. 말하고보니,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어 민망하지만(다 재밌자고 한 일이니까) 중요한 건, 당신도 나도 노래를 사랑하고, 그러니 노래에 대해서라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사랑하는 노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니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아는, 혹은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신의 노래 이야기가.


고맙게도 당신은 나의 수줍은 제안을 받아주었고, 이번 ‘00. 시작을 여는 글’을 쓰는 영광도 내가 누리게 되었다. 분량과 서식, 마감일 등의 규칙은 대체로 ‘일요일엔 영화를’을 따를 것이다. 다만 당신 의견을 받아들여 아래 두 가지는 특별히 명시하고자 한다.    

 

하나. 한 번이라도 불러본 노래여야만 한다.

둘. 혼자 흥얼거린 것도 불러본 것으로 친다.    

 

앞으로 다시 1년, 조금 기이할지도 모를 나의 노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귀기울일 것이다, 당신만의 노래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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