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 Green Club Jan 03. 2021

365일 에어컨을 빵빵 틀어대는 도시

에너지 낭비 쟁이 홍콩

홍콩의 건물은 90%의 전력을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사용한다. 아니 90%라니, 너무 높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홍콩에 여행을 와본 적이 있다면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은 여름이 아주 길다. 습하고 더운 바깥에 있다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쇼핑몰의 시원한 공기를 느끼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홍콩에게 에어컨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규칙적이고 잘 정돈된 모습의 홍콩은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전력 사용 부문에서는 꽤 비효율적이다. 그 이유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 에어컨을 하루 종일, 일 년 내내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높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 또한 무더운 여름에도 실내가 너무 추워서 겉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침사추이, 몽콕, 센트럴과 같은 쇼핑 거리의 상점들은 손님들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아예 여닫이 문을 없애거나, 있어도 평상시에는 그냥 열어둔다. 이미 투명한 쇼윈도로 옷과 가방을 충분히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결국 상점에 들어오도록 유혹하는 훌륭한 영업사원 역할을 한다.



후덥지근한 기후에 최적화된 건물 짓기

홍콩의 이런 습한 기후를 고려해서 홍콩의 환경부는 1996년에 Hong Kong BEAM이라는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BEAM은 에너지를 포함해 수자원 절약, 친환경 자재 사용, 쾌적한 실내 공기질과 음향, 폐기물 관리 등에 대한 설계 및 시공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BEAM은 부동산 개발자, 건축가, 설계자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잘 받아들여졌다. 북미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LEED와 같은 세계적인 인증은 아직 홍콩에서 성공하기 어렵지만, BEAM은 홍콩의 기후로 인해 마주하는 고유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패시브 디자인, 에너지 절약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

에너지 부문이 BEAM 인증 제도의 주축을 이루고, 건축물의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을 우선시하고 있다. 패시브 디자인이란 수동적인 설계란 뜻으로서,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의 절감을 위해 에어컨과 같은 기계적인 설비를 사용하지 않고, 건축적으로 태양열, 바람의 흐름 등을 통해 자연에너지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홍콩에는 많은 아파트들이 바닷가 근처에 지어져 있는데, 바닷바람을 이용한 자연통풍을 최대화하고 건물 자체의 열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지향하고 있다. 패시브 디자인이 고려되지 않은 경우, 그다음으로는 태양전지 또는 풍력 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 그리고 고효율 기계적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 자연 환기 시스템


BEAM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부동산 개발자들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안겨주고 있다. 용적률 완화, 세금 리베이트, 정부 보조금, 마케팅 효과 등이 있기 때문에 홍콩의 모든 개발자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다. 또한 전력과 수자원 절약을 통해 건물의 운용비 또한 장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건물들은 BEAM 인증에 관심이 없다.




건물부문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증제도는 건축물 설계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홍콩의 상점들은 문 닫고 에어컨을 켜고, 사무실 건물들은 쾌적한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해 패시브 디자인과 BEAM과 같은 인증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린 뉴딜은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