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10 중 8 은 연인 혹은 데이트 중인 남녀로 구성된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빠네를 먹었다.
간격이 좁은 테이블 때문에 듣기 싫어도 간혹
옆 테이블의 대화가 넘어와 내 귀에 꽂혔는데
괜한 호기심에 타인을 힐끔거리는 것은 무례한 행위 같아서 목소리만 계속 듣고 있었다.
다가드는 남자와
점점 뒷걸음치는 여자였다.
남자는 성의껏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여자는 있는 힘껏 무반응으로 일관.
자신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도 슬펐는데 후반부에,
남자가 더 이상은 안 되겠구나 싶었는지
잡았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를 쳐다보았다.
착잡한 표정.
그 표정이 끈덕지게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