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하죠.
술을 좋아한다.
적당히 마셨을 때 취기가 살짝 올라 눈이 반짝거리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높아지고 작은 것에도 즐거워지는 것이 좋다.
상대도 나와 같은 속도로 취해야 더 흥이 난다.
갑자기 민트맛 아이스크림이 당긴다고 하면 먹으러 가자고 호기롭게 대꾸해 줄 수 있는 정도로.
좋은 술친구란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보다 먼저 취해서 주정을 부리거나 나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주량이며
대화가 즐거운 사람이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성적인 호감이랄까 약간이라도 긴장감이 있는 상대가 좋다.
그러나 그러한 담백한 술친구는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찾아도 오래 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술로 대담해진 두 청춘이 고백도 없이 자연스레 연인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고
술기운으로 극대화된 욕정을 이기지 못해 섣불리 들이대다 뺨을 얻어맞거나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
술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첫 고백은 맨정신이 좋다.
좋아하지만 다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에 꾸물꾸물 담아두고
한동안은 그대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